황교익·서승만 논란이 던진 질문, 기관장 인선의 기준은 무엇인가 [김헌식 칼럼]

논란의 인사들, 이제 필요한 것은 해명이 아니라 성과다
▲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인사정책 규탄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논란의 본질은 ‘보은’이 아니라 인사 기준이다


최근 문화연대의 문제 제기에 이어, 한겨레까지 사설을 통해 문화예술계 공공기관 인사의 전문성과 공공성 원칙을 짚고 나섰다. 특히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등을 둘러싼 이른바 ‘보은 인사’ 논란은 단순한 인사 찬반을 넘어 공공 문화기관 리더십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논란을 단지 ‘낙하산’ 프레임이나 진영 대립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전문가주의의 한계, 개혁 동력으로서의 인사, 문화예술기관의 구조 문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광고업계에는 오래전부터 ‘깃털 효과(Feather Effect)’라는 말이 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깃털처럼 가벼운 사소한 조치 하나가 오히려 큰 주목을 끄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마치 평평한 시소 한쪽에 깃털 하나가 떨어졌는데도 무게 중심이 기울어지는 것과 같다.

이런 현상은 무미건조한 조직이나 기관의 인사에도 적용될 수 있다. 특히 변화가 없거나 관심 환기가 필요한 경우,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깃털 효과’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이나 기관이 외부의 주목을 받을 때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고, 개혁이 요구되는 조직이라면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변화 작업에 나설 수도 있다. 내부적으로 변화를 모색해온 이들이 있다면 더욱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전문가만이 조직과 기관을 잘 운영하며 변화를 이끌 수 있다는 편견도 존재한다. 그러나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정체된 조직과 기관일수록 전문가주의에 함몰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만의 카르텔을 형성하기도 하고, 다양한 관점을 접목시킬 유연성을 잃기도 한다.

이런 조직일수록 비전문가가 기여할 수 있는 지점도 있다. 국민의 시선과 눈높이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일은 비전문가를 통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이미지=AI)

 

변화는 때로 비전문가 인선에서 시작된다


문화예술 분야는 이러한 논의가 특히 들어맞을 수 있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기관은 대체로 주목도가 높지 않다. 특히 한국의 문화예술기관은 기획형 조직이라기보다 예산 배분형 조직의 성격이 강하다. 산하 단체나 직능 조직, 문화예술인들에게 예산을 나누는 역할을 수행하는 구조다.

이런 예산 배분형 조직은 대외적 성과를 드러내기 쉽지 않지만 내부 영향력은 확대될 수 있다. 동시에 자칫 복지부동 성향을 띨 가능성도 크다. 예산권만 행사해도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패의 책임을 크게 지지 않아도 되는 구조이기도 하다.

반면 기획형 조직은 창의적 아이디어와 사업 구상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낼 여지가 크다. 이런 조직일수록 창의적 인재가 리더나 기관장으로 임명될 필요가 있고,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라면 국민적 관심을 모아 개혁 동력도 확보할 수 있다. 우리 문화예술기관들이 이런 기획형 조직으로 탈바꿈해야 하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직함이 아니라 성과와 비전
 

문화예술 분야의 인사 기용은 원래 쉽지 않다. 분야가 폭넓고 다양하며 다층적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인사로는 만족을 이끌어내기 어렵고 늘 불만이 내재한다. 이 때문에 공석이 장기화되거나 제3의 인물을 기용하는 사례도 나온다.

각자의 전공도 다르고 세계관과 가치관도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이러한 차이를 ‘다름’이 아니라 옳고 그름이나 수준 차이로 치부하는 경향이 갈등과 분란을 키운다. 하지만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더구나 문화예술은 생존 기반이 취약한 영역이기에 기관장 인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시장 경쟁보다 공공 지원 의존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생력을 갖춘 영역으로 만들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일각에서는 ‘관광학 박사가 한국 관광학을 망쳤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있다. 이는 전문가주의의 역설을 함축하는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오히려 변화의 장애가 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특히 국민을 중심에 둬야 하는 분야라면 더욱 그렇다.

문화예술은 특정 집단만의 전문 영역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문화 향유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예술인을 대변하는 기능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문화예술 분야의 인지도가 낮은 이유도 많은 국민이 자신의 삶과 무관한 영역으로 느끼기 때문일 수 있다.

따라서 국민과 문화예술 영역을 연결할 수 있는 인사의 기용도 검토할 수 있다. 대중적 인지도와 사회적 기여도가 있는 인사를 기용하는 방식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인물을 중심으로 전문 영역이 뒷받침되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며, 이를 위한 비전 제시가 필수다.

 

▲ 공연장 (출처=픽사베이)

민주공화국 인사는 '닫힌 자격' 아니라 '열린 가능성'


민주공화국에서 기관장 인사를 특정 전문가군에만 한정할 이유는 없다.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가능성은 열려 있어야 한다.

개그맨, 배우, 맛칼럼니스트라는 세간의 프레임만으로 역량과 잠재성을 재단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프레임 때문에 진정한 인재가 과소평가될 수도 있다. 역차별적 상황이 벌어져서는 곤란하다.

‘복면가왕’ 같은 예능 프로그램조차 알려준 통찰이 있다. 알려진 것이 전부가 아니며, 익숙한 인식이 편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기관 수장을 반드시 박사 학위 소지자가 맡아야 하는지도 자명하지 않다. 개그맨도 뮤지컬을 연출하고 정책학 박사 학위를 갖기도 한다. 만약 전문성이 기준이라면, 문화예술 분야에서 말하는 전문성의 실체부터 오히려 설명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을 오래 경험했거나 종사해왔다는 사실만으로 정책가 역할을 잘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간 관련 전문가들이 맡아서 충분한 변화를 만들었는지 역시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인사를 기용해보고, 이후 실적에 따라 평가하고 경질 여부를 판단하면 된다. 임명 자체를 금기시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무엇보다 엽관제(Spoils System)를 통해 민주 진보 정치의 긍정적 성과를 이끌기 위한 집단적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현실적 토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현실 정치와 동떨어진 이상론에 머물고 말 수 있다. 변화와 개혁은 때로 예상 밖 인선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필요한 것은 전문가 여부를 둘러싼 선입견보다, 누가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를 묻는 일인지도 모른다. 결국 논란의 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어떤 공공적 성과를 보여주느냐로 판가름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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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박사
  • 김헌식 박사 / 2026-04-26 09: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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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Tiger IZ 님 2026-04-26 11:38:32
    보은인사 하자..근데 ..서승만은 아니지..ㅋ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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