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좌 착석·신실 출입·관저 반출 등 공공유산의 경계 무너뜨려
재발 방지를 위해 전모 규명과 문화유산을 존중할 리더십 기준 확립이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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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성운 전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김건희 여사의 경복궁 근정전 어좌 착석과 관련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9 (사진=연합뉴스) |
궁궐·종묘·수장고까지… ‘사적 공간처럼’ 사용된 문화유산의 시간순 기록
윤석열 부부는 2022~2023년 사이 11차례 궁능 유산을 방문하며 여러 규정 위반 논란을 남겼다. 시간 순으로 살펴보면 행동은 점점 더 대담해졌고, 이를 통해 특권 의식에 기반한 ‘문화유산의 사적 이용’ 행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사실관계를 확실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김건희는 2023년 3월 2일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제2수장고를 방문했다. 이곳은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조의궤, 어진 등 약 2,100점의 문화재가 보관된 최고 등급 보안시설로, 일반인은 물론 역대 대통령·영부인조차 들어간 적이 없다. 그러나 보안 절차도 생략됐고, 방문일지도 남기지 않았다.
3월 5일에는 일요일 오후 5시, 일반 관람이 끝난 시각에 사전 연락 없이 경복궁에 출입했다. 경회루 2층, 향원정, 건청궁 등 일반인 통제구역을 지나 명성황후 침전인 곤녕함까지 윤석열과 함께 들어갔다. 모두 개인 출입이 금지된 공간이다.
9월 12일 휴궁일 방문에서는 국보 223호 근정전 내부에 들어가 어좌에 착석하는 초유의 행위가 벌어졌다. 왕이 조회를 받던 의자이며, 그 누구도 앉을 수 없다는 사실은 상식에 속한다.
2024년 9월 3일에는 종묘 망묘루에서 외국인 지인들과 차담을 가졌다. 개인 초청이었으며, 비서실이 전날부터 사전답사와 동선 구성까지 준비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는 행사에 문화유산위원회 허가가 필요하지만 절차는 없었다. 더 나아가 왕·왕비·황태자의 신위가 봉안된 영년전 내부 신실까지 진입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이 모든 과정은 역사문화유산의 성격을 무시한 채, 권력자의 공간처럼 사용한 행태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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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6월 공개된 국립고궁박물관 수장고 (사진=연합뉴스) |
왕실 공예품까지 관저로… 반복된 무단 대여와 ‘생활용품’ 사용 의혹
문제는 공간 이용만이 아니었다. 2023년 3월 건청궁 방문 직후 대통령실은 전승공예품은행의 공예품 9점을 대여해 관저로 옮겼다. 주찰함·보함·보안·백동촉대·사방탁자 등 모두 왕실 공예품이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2023년 3월 30일 21점, 6월 15일 7점, 2024년 3월 28일 24점, 문재인 정부에서는 단 한 건도 없었던 대여가 반복되며 규모만 확대됐다. 더욱이 대여 목적은 ‘전시·문화홍보’여야 하지만, 실제로는 관저 장식 또는 생활용품으로 사용된 정황이 짙다.
대여 목록에는 왕실 여성 의복 장신구(노리개), 주칠함과 경함 같은 생활용품, 찻그릇 등이 포함되어 있고, 찻그릇은 파손되어 300만원이 변상됐다. 파손 사실은 2024년 12월 29일 이후에야 보고됐는데, 탄핵이 없었다면 끝까지 알려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공예품이 대통령실이 아닌 한남동 관저로 옮겨졌다는 사실이다. 건청궁을 둘러보고 난 뒤 관저 인테리어에 왕실 공예품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문화유산은 국가 전체의 자산이지 개인의 장식품이 아니다. 대통령이라도 공식 행사 없이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의 범주에 놓일 수 있으며, 사용 및 훼손에 대한 명확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
문화유산을 대하는 철학이 없는 권력은 국가의 품격을 훼손한다
이 모든 사례는 단순한 실수나 예외가 아니라, 문화유산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존중이 결여된 리더십의 문제를 보여준다. 종묘 앞 고층빌딩 논란과 동일한 맥락에서, 문화유산을 사적 욕망으로 소비하는 권력은 국가의 품격을 떨어뜨린다.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진실을 분명히 밝히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리더를 선택해야 한다는 교훈을 이 사건은 우리에게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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