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발언·레버리지 언급 왜곡...대통령 ‘리딩방’ 발언까지 정치 공격 확산
투자·투기 구분 없는 국민의힘 ‘빚투 책임론'...프레임 정치 반복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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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스피 6,000 돌파 (PG) (제공=연합뉴스) |
최근 주식시장을 둘러싸고 낯선 정치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시장 변동성을 두고 특정 정부가 ‘빚투’를 권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심지어 대통령을 ‘리딩방 운영자’에 비유하는 발언까지 나왔다. 그러나 과연 사실일까.
코스피가 ‘꿈의 지수’라 불리던 5000포인트를 일찌감치 넘어서는 등 주식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역시 크게 늘었다.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3일 기준 32조8041억 원, 약 33조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약 20% 증가한 규모다. 일부 증권사들은 위험 관리 차원에서 신용융자 신규 거래를 중단하기도 했다.
빚투는 특히 시장이 급락할 경우 강제 청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개인 투자자에게 매우 위험하다. 최근 코스피 급락 역시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외부 변수와 함께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어쨌든 빚투를 통한 초단기 진입 전략이 위험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사실과 맞지 않는 ‘빚투 책임론’을 특정 정부에 덧씌우는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5일 국민의힘은 논평과 발언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빚투 정권’으로 규정하는 공세를 펼쳤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주가가 오르면 내 덕이고 떨어지면 남 탓만 하는 태도를 보여선 안 된다. 빚투를 권유했으면 주가 폭락 책임도 정부에 있다. 대통령 그만두고 리딩방을 하면 딱일 듯하다”고 말했다.
같은 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주식시장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사실상 도박판이 됐다”며 “청년들 사이에는 ‘이재명 리딩방’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신동욱 최고위원 역시 “대통령이 직접 ETF 계좌를 언급하며 빚내서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는 나라가 정상인가”라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빚내서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는 발언은 확인되지 않는다. ETF 언급 역시 분산 투자와 위험 관리 수단을 설명하는 맥락이었을 뿐 빚투를 장려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리딩방’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동원하며 빚투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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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실기업 신속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6.2.12 (사진=연합뉴스) |
또 다른 공격의 근거로 거론되는 인물이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은 권 부위원장이 과거 “빚투도 투자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정부가 개인 투자자들을 빚투로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역시 발언의 맥락이 왜곡된 것이다.
권 부위원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그동안 빚투를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는 빚투를 장려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젊은 세대가 적은 자본으로 투자에 접근하는 현실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어진 설명이다. 그는 “적정 수준의 포트폴리오 관리와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레버리지는 위험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은 사라지고 ‘레버리지’라는 단어만 부각되며 정치적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권 부위원장은 2025년 11월 1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발언 논란에 대해 “여러 위원들의 지적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표현에 더욱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정도면 발언의 취지는 충분히 설명된 셈이다. 그럼에도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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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빚투 (제공=연합뉴스) |
최근 코스피가 6000포인트에서 5000포인트대로 내려온 것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등 국제 정세 변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 급격한 지수 상승 이후 유가 불안까지 겹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탓이다. 현재 늘어난 빚투 역시 이재명 정부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다만 주식 투자 자체를 투기와 동일시하는 것 역시 현실을 단순화하는 시각이다. 건전한 주식 투자는 기업의 성장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고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개인 투자자에게도 노동소득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는 분명한 순기능이 존재한다.
문제는 감당할 수 없는 빚을 통한 투기적 투자와 시장을 과열시키는 구조다.
오히려 비교해야 할 것은 빚을 내 부동산 투기를 부추겼던 과거의 정책과 정치다. 투자와 투기를 구분하지 못한 채 빚을 권했던 쪽이 누구였는지 스스로 돌아볼 일이다.
또한 빚투를 사실상 방치하며 수익을 얻고 있는 증권사들에게 그 책임을 묻는다면 물어야 한다. 금융시장의 위험을 개인 투자자에게만 떠넘기는 구조가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올바른 주식 투자는 건전한 기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제 성장을 이끌어 간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고 기업의 성과에 따라 안정된 소득이 보장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간과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공당의 자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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