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정원오에 ‘농지 투기’ 프레임…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투기꾼 만들기’ [김헌식 칼럼]

▲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사진=연합뉴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방식이 있다. 사안의 맥락과 법적 판단 이전에 ‘부동산 투기꾼’이라는 낙인이 먼저 찍히는 일이다. 의혹 제기는 검증의 출발점일 수 있지만, 충분한 사실 확인 없이 특정 인물을 투기 세력으로 규정하는 방식은 정치적 공방을 넘어 인격적 훼손으로 이어지기 쉽다.

 

주객이 전도된, 그야말로 본말 전도의 ‘부동산 투기꾼 만들기’는 본질을 흐리고 선의와 맥락을 지워버리는 방식으로 반복돼 왔다. 문제는 이러한 프레임이 일단 형성되면 이후의 법적 판단이나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한다’는 경자유전 원칙과 관련해 농지 실태 조사와 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한 이후, 국민의힘은 이를 근거로 서울시장 후보를 향한 ‘농지 투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 대상은 정원오 성동구청장이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정 구청장 명의의 여수 농지에 대해 “공시자료로만 보면 정 구청장은 57년 경력의 영농인이거나, 이재명 대통령이 말하는 ‘투기꾼’”이라고 주장했다. 정 구청장이 0세와 2세에 각각 논과 밭 약 600평을 매입했다며 투기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토지는 전남 여수시 소라면 현천리 가사마을에 위치한 땅으로, 정 구청장의 부모에 이어 동생이 농사를 짓던 곳이다. 이 가운데 한 필지는 127㎡(약 38평) 규모의 밭에 불과하다. 경사 지형으로 차량 진입도 쉽지 않다. 다른 1980㎡(약 600평) 규모 토지도 가족이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곳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10여 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로 개발 호재가 없고, 바닷가와도 거리가 있어 토지 가격 역시 인근 지역의 절반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정 구청장 측에 따르면 조부모가 1968년과 1970년에 장손 명의로 매입했고, 이후 가족이 농사를 지어온 땅이다. 농지법(1994년 제정) 이전의 일로 법적 문제도 없다는 입장이다.

 

▲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10일 서울 성동구 펍지 성수에서 최근 출간한 저서인 '성수동'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5.12.10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안철수 의원은 정 구청장이 해당 농지 인근에 ‘성동구 힐링센터’를 유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의원은 정 구청장이 구청장 취임 후 전남 여수 농지 인근에 서울 성동구 공금으로 토지 매입비 약 5억 원과 공사비 38억 원을 들여 힐링센터를 추진·개장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두 곳의 직선거리는 약 11㎞, 도로 거리로는 약 20㎞ 떨어져 있다. 해당 부지는 전남 여수교육지원청 소유의 폐교였으며, 약 8억6000만 원에 합법적으로 매입된 국공유재산이라는 점도 등기부등본으로 확인 가능하다.


힐링센터 선정 역시 전국 652개 폐교를 전수 조사한 뒤, 2015년 성동구민 1만395명이 참여한 온라인 주민투표를 통해 결정됐다. 1위와 2위를 차지한 영월과 여수가 선정됐다.
정치적 의혹 제기는 필요하다.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엄격할수록 좋다. 그러나 그 검증은 사실과 맥락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원오 구청장 사례에서 핵심은 어릴 적 명의로 된 농지와 가족이 대대로 경작해 온 토지라는 점, 그리고 개발 이익과는 거리가 있는 지역적 현실이다. 그럼에도 ‘투기’라는 단어가 먼저 던져지면서 사안의 성격은 순식간에 바뀐다.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다. 의혹이 사실보다 먼저 확산되고, 설명은 뒤따라가며, 이미지는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 부동산이라는 민감한 소재는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기에 더욱 강력한 정치적 수단이 된다.

 

선거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쟁하는 자리다. 검증은 필요하지만 낙인은 신중해야 한다. 부동산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앞세워 상대를 ‘투기꾼’으로 규정하는 방식이 반복된다면, 그 책임은 정치 불신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자극적인 프레임이 아니라 검증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그것이 공당이 시민 앞에 보여야 할 최소한의 책임 있는 자세다.

 

[ⓒ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김헌식 박사
  • 김헌식 박사 / 2026-03-01 09:00:27
카톡 기사보내기 https://m.sstpnews.com/news/view/1065571037809058

URL주소가 복사 되었습니다.
이제 원하는 대화방에서 붙여넣기 하세요.

뉴스댓글 >

댓글 0

"함께하는 것이 힘입니다"

시사타파 뉴스 회원이 되어주세요.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국민들의 알 권리 충족과 진실 전달에 힘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