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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걷자 축제'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시가 3월부터 이른바 ‘쉬엄쉬엄 모닝 런(가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일상 속 운동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취지지만, 이 정책에 담긴 세계관과 실제 효과를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나온 선심성 행정은 아닌지, 차분한 점검이 필요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쉬엄쉬엄 모닝 런’은 기록과 경쟁이 아닌 건강과 여유를 중심으로 한 도심 운동 프로그램이다. 유모차를 끄는 가족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서울만의 도심 운동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이 구상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카프리모닝(Car-Free Morning)’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매달 첫째·셋째 일요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페트로나스 트윈타워 앞 도로 약 7km 구간을 통제해 러닝·걷기·자전거·인라인스케이트 등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둘째·넷째 일요일에는 5km 구간으로 운영한다. 이곳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운동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았고, 도시가 젊고 활기차며 미래 잠재력을 느끼게 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 도심에 이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도심은 기본적으로 차량 통행을 전제로 설계된 공간이다. 그 공간을 상시적인 ‘운동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교통 불편과 안전사고 위험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이미 서울에서는 주말마다 열리는 마라톤 대회로 인한 교통 혼잡과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
2026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마라톤 대회는 서울시 주최·후원 대회만 연간 약 140회에 이른다. 이는 공원 내부나 단일 자치구 내 소규모 행사 등 교통 통제가 없는 대회를 제외한 수치다. 실제 개최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그 결과 교통 혼잡 관련 민원도 급증했다. 2021년 15건, 2022년 69건에 불과하던 민원은 2023년 498건, 2024년 461건으로 폭증했다.
서울시는 이에 대응해 마라톤 대회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개최 시기 제한, 출발 시간 조정(오전 7시 30분 이전), 장소별 적정 참가 인원, 소음 65dB 이하 유지, 도로 쓰레기 신속 처리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가이드라인은 ‘도심에서 대규모 운동 행사를 계속 열어도 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에는 답하지 않는다.
더욱이 많은 시민들이 잘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가 마라톤·걷기 행사에 장소를 대여한 건수는 2021년 1건에서 2022년 20건, 2023년 76건, 2024년 85건으로 급증했다. 최근 5년간 누적 건수는 274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주요 공원에서만 징수한 장소 사용료는 약 15억 원이다. 수입 구조와 사용 내역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는 충분하지 않고, 시민 안전을 위해 투입되는 공적 인력 규모 역시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부담은 결국 시민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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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 마라톤 대회로 교통 혼잡이 빚어진 서울 도심(왼쪽)과 계획도시 구조 속에서 ‘차 없는 아침’이 운영되는 쿠알라룸푸르 도심(오른쪽). 서로 다른 도시 조건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이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지=시사타파뉴스·AI) |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도심 운동 프로그램을 상설화하겠다는 것은 시민 불편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특히 ‘주말’이라는 시간에 대한 행정의 인식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 일요일은 쉬는 날이라는 통념과 달리, 주말에도 출근해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은 적지 않다. 주말 하루 평균 서울의 교통량은 875만 대를 넘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의 약 18.6%는 토요일과 일요일 중 최소 하루 이상 근무하며, 7.8%는 주말 이틀 모두 고정적으로 일한다. 배달 플랫폼 노동자처럼 도로 이용이 곧 생계와 직결되는 노동자들도 있다.
이들에게 도로 통제는 여가 공간의 확장이 아니라 생존 공간의 축소다. 도심 운동 구역 지정은 누군가에게는 여유와 낭만일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위화감과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 서울 도심은 주말에도 병원, 시장, 개인 일정 등으로 이동 수요가 높은 도시다. 여기에 도로 통제가 더해지면 불편은 불가피하다. 주말에는 대중교통 배차 간격도 평일보다 길다.
도시 구조의 차이도 간과할 수 없다. 쿠알라룸푸르는 계획도시 성격이 강하고 일방통행 도로가 많다. 반면 서울은 비계획적으로 성장한 복잡한 교통 체계를 가진 도시다. 이런 환경에서 도심 운동은 구조적으로 무리가 따른다. 일상 속 운동이라면 굳이 도심 도로를 점유하지 않아도 된다. 집 근처 공원, 하천, 녹지 공간이 훨씬 적합하다. 운동은 무엇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이뤄져야 한다.
서울시가 밝힌 것처럼 전면 통제가 아닌 ‘한쪽 차로만 통제’ 방식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참가자들은 차량 매연을 그대로 마시며 운동해야 하고, 안전 인력 배치 기준과 규모 역시 명확하지 않다. 가족 단위 참여를 유도하면서 이런 환경을 감수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현재의 러닝 열풍은 일시적 유행일 가능성도 크다. 유행이 사그라진 뒤에도 도로 통제와 예산 투입이 지속될 것인지,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불분명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기적 검토 없이 추진되는 정책은 자칫 혈세를 소모하는 전시 행정으로 남을 수 있다.
행정은 낭만적인 세계관보다 시민의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주말에도 일하고, 이동하고, 생계를 꾸리는 시민들의 삶을 먼저 보아야 한다. 도로를 운동장으로 만들기 전에, 그 도로를 삶의 터전으로 사용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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