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꿈, 이재명이 완성…핵잠 승인으로 30년 숙원 풀다 [데스크 칼럼]

李 대통령,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확보...30년 숙원 해결
‘안보는 보수’ 프레임 깨고 자주국방 실현...한미관계 새 전기 마련
핵연료·폐로 등 과제 남았지만 외교·안보 주도권 회복의 상징적 성과
▲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5.10.29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얻어낸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건조 승인’은 대한민국 외교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를 설득한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적 수완 덕분이지만, 그 이면에는 30년 넘게 이어진 한국의 숙원과 도전의 역사가 존재한다.

한 세대의 기다림 — 노무현의 362사업에서 이재명으로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성과가 아니다. 그 출발점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의 ‘362사업’, 즉 핵추진 잠수함 건조 계획이다. 

 

▲ 노무현 대통령이 9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대한민국 해군 최신형 잠수함 손원일함 진수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백승렬/정치/사회/ 2006.6.(사진=연합뉴스)

 

당시 한국은 프랑스 바라쿠다급 잠수함을 기반으로 러시아 OKBM사의 소형 원자로를 결합하여 핵잠수함 설계를 시도했다. 이미 기본 설계 단계까지 진척되었으나, 보수 언론의 폭로와 외교적 압력으로 계획은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해군은 젊은 장교들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에 위탁 교육 보내며, ‘언젠가 핵잠수함을 가진다’는 꿈을 놓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도산안창호급 7번함 이후 ‘추진 방식 미정’이라는 여지를 남겨두며 핵잠수함의 불씨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그 결실을 거둔 것이다. 한 세대가 걸린 꿈이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이는 ‘안보는 보수’라는 기존의 정치적 프레임을 깨뜨리고, 진보 정부가 자주국방의 상징인 핵추진 잠수함 확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 핵추진잠수함-디젤잠수함 비교 (제공=연합뉴스)


핵잠수함이라는 전략 자산 — 대한민국의 ‘바다의 창’


핵잠수함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디젤 잠수함이 방패라면, 핵잠수함은 창이다.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 때문에 며칠마다 수면 위로 올라야 하지만, 핵잠수함은 원자로 덕분에 수개월간 수면 아래 작전이 가능하다. 즉, 북한의 SLBM 발사 기지 앞바다에서 한참을 매복해 있다가 적의 움직임을 은밀하게 차단할 수 있는 ‘보이지 않는 암살자’가 되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협상은 대한민국을 사실상 전략핵 억제력을 갖춘 국가 반열에 올려놓았다. 핵잠수함이 완성되면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운용이 가능해지고, 이는 한국의 국방·외교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게 된다. 

 

특히 미국의 핵기술 이전을 전제로 한 승인이라는 점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는 주변국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동북아 안보 구도에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 결정은 해외 주요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뉴욕타임스》는 11월 1일자 기사에서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은 한국이 미국의 안보체계에 깊이 편입되는 조치”라며, “이재명 대통령이 두 정상에게 모두 레드카펫을 깔아주며 외교적 균형을 꾀했지만, 갈등의 복잡성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한국이 미·중 사이의 미묘한 균형 외교를 유지하기 어렵게 된 만큼, 보다 높은 수준의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평가했다.

 

▲ 미국,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 2025.10.30 (제공=연합뉴스)

그러나 ‘선물’엔 ‘숙제’가 따른다

트럼프의 ‘승인’은 출발일 뿐이다. 그는 핵잠수함을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필리)에서 건조하자는 제안을 함께 내놨다. 이곳은 한화오션이 인수한 조선소로, 잠수함 제작 경험이 전무하다. 만약 이곳에서 핵잠수함을 건조하려면 원자로 설비, 도크 확충, 환경평가, 인허가 등 10년 이상 소요될 대규모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트럼프의 제안은 미국 내 조선업을 살리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셈이다. 이는 겉으로는 한국에 대한 ‘선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경제적 이익까지 고려한 고도의 외교적 제안이다. 또 다른 과제는 원자력 협정 개정 문제다. 

 

1956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 협정은 “비군사적 목적”만 허용하고, 핵연료의 고농축 우라늄 사용을 제한한다. 2015년 개정안에서 “20% 미만 저농축 우라늄 사용은 양국 합의 시 가능”이라는 문구가 추가되었지만, 핵잠수함용 연료(HALEU,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는 여전히 민감하다. 미국의 에너지법 123조는 “군용 전용 가능성이 있는 농축 우라늄의 수출 금지”를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의 승인이 법적 개정 없이 실행되기는 어렵다는 점이 남는다.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방명록 작성 후 시 샤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2025.8.27 (사진=연합뉴스)

핵잠수함 이후의 책임 — 폐로와 핵연료의 그림자

핵잠수함은 움직이는 원자로다. 즉, 언젠가 퇴역할 때 반드시 원자로 해체와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따라온다. 러시아는 과거 200척이 넘는 핵잠수함의 원자로를 북극해에 투기했고, 미국조차 퇴역한 LA급 핵잠수함의 원자로를 해체·매립하는 데 천문학적 비용을 쏟았다. 

 

핵잠수함은 미래의 자산이지만, 동시에 후세에 물려줄 핵폐기물의 부담이기도 하다. 지속 가능한 안보를 위해서는 핵잠수함의 전 생애 주기를 아우르는 철저한 계획과 투명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핵잠수함의 탄생은 ‘기쁜 소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기술·정치·환경이라는 복합적 과제가 존재한다. 핵잠수함은 ‘선물’이자 ‘숙제’다. 

 

▲ 한화오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출형 3,000톤급 KSS-Ⅲ (차세대 질소혼합형 장수명 PEMFC 모듈 탑재 연료전지체계) 개조개발 과제를 수주했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한화오션이 건조한 장보고-III 잠수함. 2024.12.20 (사진=연합뉴스)

한 시대의 외교적 결단, 그리고 그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협상에서 미국의 심장을 두드렸고, 결국 한국의 30년 숙원을 현실로 만들었다. 보수가 독점해온 안보 프레임은 무너졌고, ‘핵잠수함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전략은 진보 정부의 손에서 완성됐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트럼프의 제안을 어디까지 수용할 것인지, 핵연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그리고 30년 뒤 핵잠수함의 폐로를 어떻게 감당할지가 남은 과제다. 이는 단순히 기술적 문제뿐 아니라, 국제적 협력과 국내 여론의 지지를 바탕으로 한 고도의 정치적 역량이 필요한 영역이다. 

 

핵잠수함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 세대가 걸쳐 얻은 자주국방의 상징이자, 미래 세대가 짊어질 새로운 책임의 시작이다. 이 역사적인 성과를 자축에서 멈출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안보의 큰 그림 속에서 어떻게 이 과제들을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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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원 기자
  • 이종원 기자 / 2025-11-02 16:00:52
  • 시사타파뉴스 이종원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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