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피자에 왜 딴죽을 거는가 ― 격려조차 못 참는 저급한 정치 [김헌식 칼럼]

피자는 성과를 인정한 상징적 메시지
조직과 행정 전반에 긍정적 ‘나비효과’를 낳았다
▲ 이재명 대통령의 피자를 받은 기획예산처 직원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피자’가 관가에서 크게 화제가 됐다. 신년을 맞아 실무 부처 사람들을 격려하는 차원이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비판적인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언론은 환율은 높고 외환보유액은 줄고 있는데 피자를 보내는 것은 잘못된 조치라고 했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작위적인 지적이다.


일반 정부 실무 부처 모든 곳에 피자를 보낸 것도 아니었고, 나름의 명분과 논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코스피가 4500포인트를 넘어선 데다, 자본시장 활성화 측면뿐 아니라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적인 출범이라는 성과가 있었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FSC)는 환율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 아니다. 환율 관련 의사결정과 정책 개입은 한국은행 소관이다. 한국은행에 피자를 보냈다는 말은 들려오지 않는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행정부 소관도 아닌 독립기관이다. 

 

▲ 2025 결산 - 수출액 추이 (제공=연합뉴스)


피자를 먼저 보낸 곳은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과 투자정책국이다.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 달러를 돌파한 지난해 12월 30일의 성과 때문이다. 피자는 아무 데나 보낸 것이 아니라 국정 수행과 성과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부처에 전달됐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담당했던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 부산청사 이전을 완수한 해양수산부가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 예산실(현 기획처 예산실) 소속 공무원들은 2026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돼 5년 만에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킨 성과를 평가받았다.

공정위 심판관리관실 직원들에게도 피자가 전달됐다. 공정거래법 위반과 관련해 불필요한 형사처벌은 줄이고,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과징금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AI정책실은 당장의 성과보다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평가를 앞둔 밤샘 작업에 대한 격려의 의미가 컸다.

산업안전보건본부에도 피자가 배달됐다. 산업재해 예방 정책 수립과 사업장 안전관리 감독을 총괄하며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백종헌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복지부 공무원 642명 중 74.9%가 우울·불안 등 최소 한 개 영역에서 위험군에 해당했다. 업무 부담이 큰 부처에 대한 격려였다.


▲ 대통령이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에 보낸 피자 (사진=연합뉴스)


피자를 받은 공무원들은 반갑기도 하지만 부담스럽다는 반응도 있다. 끝이 아니라 더 나은 실적을 요구받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역시 국민성장펀드를 ‘장수 펀드’로 만들라는 메시지를 피자에 담았다. 한편으론 대통령에게서 피자를 받지 못한 부처나 실국이 오히려 우울해질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를 단순한 ‘성과 압박용 피자 정치’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실제 산업안전보건본부에 전달된 피자에는 “안전보건감독국, 어깨 피고 꿈을 피자!”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어깨가 처질 수 있었던 이들에게 책임감과 부담을 넘어 다시 힘을 내라는 뜻으로 읽힌다. 대부분은 이를 반갑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은 국책 연구기관들이 ‘수출 피크아웃’을 예고했다며, “이재명 대통령이 산업통상자원부에 보낸 피자가 마지막 파티가 될 것”이라는 식의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수출 둔화는 미국 관세 여파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관세의 부정적 영향이 2026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은 이미 예견돼 왔다.

그렇다고 성과에 대한 평가와 격려를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 성과를 격려하는 것이 2026년의 부정적 결과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힘이 된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선택이다.

외환보유액을 들어 비난하는 시각 역시 맥락을 벗어났다. 일본 닛케이는 한국을 세계 유수의 외환보유국으로 평가하며, 미국과의 관계가 양호하다면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달러 유동성을 유연하게 확보할 수 있는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다. 외환보유액은 4281억 달러로 안정적 수준이며, 감소는 환율 안정을 위해 일부를 시장에 공급한 결과다. 현재 환율 문제는 강달러, 엔화 약세, 기업의 해외 적치, 해외 투자 확대 등 외생 변수의 영향이 크다.


▲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 외교부 장관, 김민석 국무총리, 이 대통령,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5.12.30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피자는 또 다른 ‘피자 나눔’이라는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졌다. 산업통상자원부에 피자가 전달되자 조현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역시 수출에 기여했다며 의전실과 영사안전국에 피자를 전달했다. 이는 외교부 실무자들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피자 한 판이 낳은 나비효과다.

반면 윤석열 정권에서 정책 성과를 낸 부처 실무자들을 이렇게 격려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격려와 지지 대신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만 있었고, 그 결과 행정의 실패와 참사로 이어졌다. 오히려 남은 것은 ‘받은 선물’ 논란뿐이었다.

피자 한 판이 나라의 환율을 흔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격려를 폄하하고 성과를 비아냥대는 정치는 분명 공동체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문제는 피자가 아니라, 일상의 격려조차 정치 공세의 재료로 삼는 시선이다. 성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책임 있는 행정이 뿌리내리기 어렵다는 것은 이미 여러 번 증명돼 왔다. 피자에 딴죽을 걸 것이 아니라, 왜 그 격려가 불편한지 정치가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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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박사
  • 김헌식 박사 / 2026-01-18 10: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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