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인 줄 알더라"…'물밑 외교'의 치열함 토로
'피 말렸던' 협상 끝낸 뒤 참모들과 '내장국' 한 그릇…안도와 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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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2025.7.31 (사진=연합뉴스) |
한미 관세협상이라는 '큰 산'을 넘은 이재명 대통령의 피 말렸던 고뇌의 시간이 비서실장의 입을 통해 공개됐다. 압박감에 "이빨이 흔들렸다"고 토로하면서도, 최종 결단의 순간에는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 한다"며 국익을 향한 무거운 책임감을 드러낸 것이다.
'살얼음판' 같았던 협상이 타결된 후, 대통령과 참모들은 내장국 한 그릇으로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피 말렸던 협상…"가만히 있으니 '가마니'인 줄 알더라"
이재명 대통령은 31일 고위공직자 워크숍 특강에서 협상 과정의 숨 막혔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협상 국면에서 직접적인 발언을 아꼈던 것에 대해 "제가 말을 안 해서 그렇지, 가만히 있으니 진짜 '가마니'인 줄 알더라"며 웃어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치열한 '물밑 외교'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오리가 우아하게 떠 있지만 물밑에선 얼마나 생난리냐"고 비유하며, "가까이 있는 참모들은 우리가 얼마나 노심초사하면서 행동하고 있는지 안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의 국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했다며, 결정 하나하나가 국민의 삶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력 때문에 "이빨이 흔들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마지막 결단의 순간…"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
그 고뇌의 정점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의 페이스북을 통해 드러났다. 강 실장에 따르면, 협상 타결 직전 마지막 3실장 회의와 장관들과의 화상통화를 모두 마친 늦은 밤, 이 대통령은 강 실장을 조용히 자신의 방으로 불렀다.
한동안 말이 없던 이 대통령은 이윽고 "강 실장님, 우리 역사에 죄는 짓지 말아야죠"라고 나지막이 말했다고 한다.
강 실장은 "평소 막힘없던 그가 신중에 신중을 거듭했고, 모든 답답한 순간에도 돌파구를 찾아내려는 대통령의 고심이 읽히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국익'이라는 단 하나의 원칙 앞에서 밤새 고뇌했던 한 나라 지도자의 외로운 결단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강 실장은 협상이 타결된 31일, "점심 하러 가시죠"라는 대통령의 말에 비로소 한 단락이 지어졌음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과 참모들은 내장국 한 그릇으로 회포를 풀며, "이번 도전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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