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밤 12시·학생인권조례 폐지…서울 교육을 거꾸로 돌리는 서울시의회 [김헌식 칼럼]

▲ 서울시의회 (사진=연합뉴스)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교육 정책과 교육 행정 전반에서 논란이 되는 조례들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학원 교습시간 연장, 학생인권조례 폐지, 시민감사관 제도 축소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서울 교육의 방향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다. 서로 다른 사안처럼 보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학생의 권리와 시민의 참여를 약화시키는 정책이라는 점이다.


먼저 학원과 과외 교습 시간 연장 문제를 보자. 지난해 10월 정지웅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서울시 학원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고등학생의 학원 및 개인 교습 시간을 현행 밤 10시에서 자정(12시)까지 늘리는 것이다. 현재는 여론의 비판 속에 추진이 주춤하고 있지만 서울시의회 의석의 약 70%(112명 가운데 75명)를 차지하는 국민의힘이 다시 추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 조례를 찬성하는 측은 다른 시도교육청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든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서울·경기·인천·대구·광주·세종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밤 10시 이후 교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책 취지를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은 사교육 인프라가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학생 보호 차원에서 교습 시간을 제한해 온 것이다. 

 

▲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제공=연합뉴스)


실제로 서울은 이미 사교육 의존도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일반고 학생의 사교육 참여율은 80.1%로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80%를 넘었다. 사교육 참여 시간 역시 주당 10.1시간으로 대도시 평균(8.6시간)보다 1.5시간 길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서울은 교습 시간을 늘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여야 할 지역이다.

더구나 서울에서 교습 시간이 자정까지 연장될 경우 경기와 인천 등 인접 지역까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사교육 경쟁을 더욱 부추기고 사교육비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다. 실제 국가통계포털 자료에 따르면 국내 사교육비 총액은 2024년 29조 1919억 원으로 10년 사이 60%나 증가했다. 헌법재판소 역시 심야 교습 제한 조례가 청소년 보호라는 공익적 가치에 부합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애초에 학원 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 이유는 학생들의 수면권과 건강권 보장 때문이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46.7%가 하루 6시간 미만의 수면을 취하고 있으며 5시간 미만 수면도 17%에 달한다. 수면 부족의 주요 원인은 가정학습(25.5%), 학원·과외(19.3%), 야간자율학습(13.4%) 순으로 나타났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적정 수면시간(8시간)을 충족하는 비율은 2023년 기준 중·고등학생 20.1%에 불과했다. 미국수면의학회는 13~18세 청소년의 적정 수면 시간을 하루 8~10시간으로 권고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연구팀도 단 15분의 수면 차이만으로도 어휘력과 독해력, 문제 해결 능력 등 인지 능력에서 차이가 나타난다고 밝혔다.


▲ (이미지=AI·시사타파뉴스)

학원이 자정에 끝난다면 학생들이 실제로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새벽 1시 이후가 된다. 정상적인 청소년 생활 리듬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로기준법에서도 18세 미만 청소년의 야간 노동을 밤 10시부터 금지하고 있고, 게임산업진흥법 시행령에서도 청소년의 밤 10시 이후 PC방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학습만은 예외로 두자는 것은 모순이다.

학생인권조례 폐지 역시 같은 흐름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12월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통과시켰다. 교권 추락과 기초학력 저하를 이유로 들었지만 학생 인권 강화와 교권 약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근거는 없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 종교, 출신, 언어, 장애, 임신 또는 출산, 가족 형태,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체벌과 폭력으로부터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교육 환경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와 함께 서울시교육청 청렴시민감사관 제도 역시 축소됐다. 서울시의회는 상근 시민감사관을 폐지하고 시민감사관 규모를 줄이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민감사관 제도는 외부 전문가와 시민이 교육청 감사에 참여해 부패 방지와 행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상근 시민감사관은 공익 제보 처리와 감사 업무를 상시적으로 수행해 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이러한 기능이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세 사안은 서로 다른 정책처럼 보이지만 방향은 같다. 학생 권리의 축소, 시민 참여 제도의 약화라는 점이다. 교육 정책은 정치적 동원의 도구가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시민사회의 발전을 위한 공공 정책이어야 한다.

서울 교육이 과거의 권위주의적 통제 방식으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학생 인권과 시민 참여가 보장되는 민주적 교육 체계를 유지할 것인지는 결국 시민의 판단에 달려 있다. 지방선거는 그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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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타파뉴스 / 2026-03-14 18: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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