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알’이 만든 ‘아수라=이재명’…8년 만의 사과, 책임은 끝났나 [김헌식 칼럼]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캡처

■ ‘아수라=이재명’ 프레임, 어디서 시작됐나

SBS <그것이 알고싶다>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매우 악의적이었고, 영화 ‘아수라’를 사용하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영화 ‘아수라’의 주인공이 이재명 대통령인 것처럼 각인되었고, 이것이 정치적으로 악용되었다. 이 점에 있어서도 사죄와 참회가 필요하다. 이는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 주권 침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2016년에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아수라’는 가상의 도시 안남시를 배경으로 부패하고 악독한 시장과 그를 좇는 검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이재명 성남시장과 관련이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2018년 7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조폭과 권력-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이 방송되고 나서 안남시의 악질 시장 박성배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되었다.

그알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은수미 성남시장이 조직폭력배와 유착 관계가 있다고 보도하며 영화 ‘아수라’를 등장시켰다. 그 장면이 기폭제가 되어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했다. 정치인이 “〈아수라〉라는 영화가 있어요. 그 스토리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하고 너무 똑같아요.”라고 말하는 와중에 영화 ‘아수라’ 속 박성배(황정민)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동시에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사진을 상단에 배치했다.

그러자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영화 아수라, 이재명 조폭연루설 암시했다?>(서울신문), <‘그알’ 이재명 조폭연루설 제기…영화 ‘아수라’ 속 안남시=성남시라고?>(세계일보) 등이다. 네이버 검색 순위에도 상위권에 올랐고, 이재명 지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이때 영화 ‘아수라’는 콘텐츠 플랫폼에서 역주행했다. 특히 영화는 원래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VOD에서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 

 

▲ 영화 ‘아수라’를 정치적으로 해석한 온라인 이미지 (출처 불명)


■ 사과 이후에도 계속된 악용, 남겨진 책임

2021년 9월 중순 대장동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서도 영화 ‘아수라’가 부각되었고, 정치인들도 이를 악용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유승민 측은 대장동 도시개발사업을 ‘아수라 게이트’라고 표현했고, 홍준표 후보도 이재명 후보에게 “아수라를 보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김성수 감독은 영화 시나리오 초고를 2014년 봄부터 작성했다고 밝혀 대장동과 무관함이 명확했음에도 이러한 주장은 계속됐다.

정작 영화 ‘아수라’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2010년 판교신도시 개발과 관련해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형이 확정된 이대엽 전 성남시장(한나라당)이 박성배와 더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모론은 계속 확산됐다. 안남시가 성남시라는 주장, 안산과 성남을 합친 이름이라는 주장 등 근거 없는 해석이 난무했다.

영화 속 설정 역시 사실과 다르다. ‘아수라’의 제작 시기는 2015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였고, 은수미 성남시장 재임은 2018년 이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인물과 현실 정치인을 억지로 연결하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2021년 대선에서 다시 등장했다.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알려진 박철민이 약 20억 원 수수설을 제기했지만, 이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보고 만들어낸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법원은 2023년 1심, 2024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이를 최종적으로 허위로 확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아수라 프레임’을 계속 사용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은 “영화 ‘아수라’는 현실 고증이 잘된 작품”이라고 발언했고, 이후에도 정치권에서 유사한 발언이 반복됐다. 심지어 대통령 당선 이후 국회에서도 해당 프레임이 언급되며 공격 도구로 활용됐다.


▲ SBS뉴스 SNS에 게시된 ‘그알’ 사과 기사. 해시태그에 ‘이재명 살인’이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사진=SBS뉴스 엑스 계정 캡처)


여기에 최근 사례는 문제의 본질을 더욱 분명히 드러낸다. SBS는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의 사과 소식을 전하며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살인’이라는 해시태그를 포함시켜 논란을 빚었다. 허위로 확인된 의혹에 대해 사과하는 맥락에서도 자극적인 프레임이 반복된 셈이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게시물은 삭제됐고, “자동 생성 과정에서 부적절한 단어가 포함됐다”며 2차 사과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 과정은 오히려 질문을 남긴다. 사과 이후에도 동일한 이미지와 연상이 반복된다면, 그것을 단순 실수로 볼 수 있는가. 아니면 여전히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인가.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시작된 영화 ‘아수라’의 정치적 악용은 결국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됐다. 이는 단순한 콘텐츠 활용을 넘어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을 왜곡하는 문제다. 영화를 멋대로 정치에 끌어다 쓰는 것은 창작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일 뿐 아니라,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모든 과정에 대해 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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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박사
  • 김헌식 박사 / 2026-03-28 09: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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