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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에게 항의하기 위해 단식투쟁 천막을 찾은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
단식 8일차를 맞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금 단식하고 계신가요?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기자들이 단식을 말리러 갈 생각이 없냐는 질문에 조롱으로 답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 4일에도 "밤낮 유튜브 방송을 켜는 이 대표의 모습에서 관종 DNA만 엿보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긴, 취임한지 1년이 훌쩍 넘었는데 거대 야당의 대표와 회동 한 번 하지 않는 윤석열 대통령을 생각하면 여당의 이같은 반응은 예상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기한 단식'이라는 무게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고 그저 '군림'하려고만 드는 왕정 시대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2023년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어떻든, 8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힘을 빼는 일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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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를 받고 끌려 나가는 태영호 의원 (사진=연합뉴스) |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치적 호재로 활용하는 정치 세력은 사실상 북한 노동당, 중국 공산당, 대한민국 민주당뿐"이라고 발언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 사이에서는 "북한에서 쓰레기가 왔네" 등의 거친 언사가 나왔다. 해당 발언을 한 의원은 박영순 의원으로 알려졌다.
이에 태 의원은 단식중인 이 대표를 찾아 자신에게 막말한 의원의 출당 조치를 요구했다.
태 의원의 예고없는 방문에 당직자들은 나가달라는 의사를 표했지만 이 대표는 "그냥 놔두라"며 태 의원을 천막 안으로 들어오도록 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한때 공산당에 입당했다는 이유로 홍범도 장군(흉상)을 학대하는데 한때 공산당이었던…(태 의원이) 어떻게"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 의원이 진정으로 항의하는게 목적이었다면 박광온 원내대표를 찾아가던가 서면으로 항의서를 접수시켰으면 될 일이다.
태 의원이야말로 김 대표의 표현대로 '관종 DNA'를 표현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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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사진=연합뉴스) |
8일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수산물 판촉 행사를 진행한다.
성일종 의원은 이 대표의 단식을 고려해 수산물 시식회에서 판촉 행사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그러나 조롱은 계속 됐다.
안병길 국민의힘 의원은 "단식의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면 국회 수산물 판촉 행사를 방문해 우리 고등어와 전복을 드시기 바란다"며 "민망해할 것도 없다"고 비꼬았다.
단식하는 사람 바로 앞에서 비린내 풍기는 수산물 판촉행사를 벌이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세월호 단식 부모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을 즐기던 만행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앞에서 음식을 나눠주는 바자회 행사를 열었다.
서울의 소리 박예슬 아나운서는 "국회에 들어오는데 나눔바자회가 열려서 음식을 나눠주고 있기에 어디서 하는 행사"인지 궁금했는데 "박용진 의원실에서 열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의원실에 문의했다면 아마도 "예정된 행사였기에 취소가 힘들었다"는 답변을 들을 것이 분명해 보이지만,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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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당대표를 찾은 김진표 국회의장 (사진=연합뉴스) |
그러나 이런 모든 일을 해프닝으로 만든 사건은 김진표 국회의장의 방문이었다.
입법부의 수장으로 국가 의전서열 넘버2인 국회의장이 단식중인 야당 대표를 찾아 "어차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이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끝이니 단독 강행 처리 하지 말라"고 조언한 것은 희대의 사건임에 분명하다.
입법부 수장이 스스로 행정부 수장아래 머리를 조아리며 야당 대표에게 협의를 가장한 압박을 진행한 것은 뭐라 좋게 해석하려고 해도 이해되지 않는 진풍경이다.
국회의장이라면 거듭 입법권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향해 불호령이라도 해야 할 판인데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까.
곡기를 끊고 버틴다는 선택을 한 이유에 관해 이 대표는 "할 수 있는 게 이것 밖에 없어서"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진의를 깨닫고 정치권이 현명하게 이 사태를 마무리 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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