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민 1만 명이 만든 4·3의 기록...영화 '내 이름은' [김헌식 칼럼]

제주 4·3 사건 기억과 국가폭력 책임 논의 재점화
베를린영화제 기립박수...15일 개봉 앞두고 주목
▲ 제78주년 4·3희생자추념일인 3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불인표석을 찾은 유족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있다. 2026.4.3 (사진=연합뉴스)

 

제주 4·3 사건을 둘러싼 기억과 책임 논의가 다시 정치권의 중심으로 올라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제주 4·3 평화공원을 찾아 국가 폭력 범죄에 대해 공소시효를 배제하고,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관련 입법 재추진에 나서며, 과거사를 ‘현재의 책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이전과는 분명히 다른 흐름이다. 4·3이 더 이상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는 역사로 다시 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 영화 '내 이름은' 포스터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이런 시점에 영화 ‘내 이름은’이 관객과 만났다. 이 작품은 오는 15일 개봉을 앞두고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으며, 지난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섹션에 초청돼 전석 매진과 기립박수를 기록했다.

이 영화는 제주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어릴 적 기억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는 엄마와, 자신의 이름조차 바꾸고 싶어 하는 아들의 일상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제주 4·3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다.

영화의 제목 ‘내 이름은’은 단순한 개인의 이름 찾기를 넘어선다. 기억을 잃어버린 개인의 서사와 함께, 아직 완전히 규정되지 못한 4·3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정지영 감독은 “광주와 베트남전쟁, 제주 4·3까지 폭력의 역사를 훑었다”며 “그것이 곧 우리들의 얼굴”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품은 특정 사건의 이념이나 경위를 설명하기보다, ‘폭력’이라는 본질에 집중한다.

특히 1990년대 학교폭력과 국가폭력을 병치시키는 구조를 통해 폭력이 특정 시기나 체제에 국한되지 않고 반복되는 문제임을 드러낸다.


▲ 영화 '내 이름은' 속 한 장면 (렛츠필름·아우라픽처스 제공)

그러나 언론시사회에서는 영화의 본질과는 무관한 질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명의 발언이 영화의 기획과 제작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것이었다.

수년 단위로 진행되는 영화 제작 과정을 고려하면, 이러한 질문은 사실관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넘어 작품을 정치적 맥락으로 환원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다.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다른 지점이다. 이 영화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다.

제주 도민 약 1만 명이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4억여 원을 모았다. 이는 단순한 제작비를 넘어,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기록하겠다는 집단적 의지에 가깝다. 

 

엔딩 크레딧에는 후원자 한 명 한 명의 이름이 약 5분간 이어진다. 그 이름들은 단순한 명단이 아니라, 기억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 영화 '내 이름은' 속 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이 영화는 자본이 아니라 시민이 만든 영화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더 깊은 설득력을 가진다.

정지영 감독은 “폭력은 연대와 우정의 회복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는 방법이다.

지금 4·3을 둘러싼 변화는 분명하다. 정치가 다시 이 문제를 이야기하고, 제도 개선이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을 이어가는 힘은 여전히 시민에게 있다. 영화 ‘내 이름은’이 보여주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국가 폭력의 역사는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억을 지켜내는 일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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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식 박사 / 2026-04-05 09: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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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밤바다님 2026-04-05 20:51:16
    권력을 가진 자들이 그 권력을 더 많이... 더 오래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죄없는 무고한 국민을 남, 녀, 노, 소를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학살한 국가폭력은
    다시는 우리 대한민국에서 발생하지않도록 절대로 잊지말고 왜곡하지 못하도록 기억하며 기록하여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단죄해야합니다
    김헌식 박사님 많은 생각과 함께 격공감 칼럼 잘 봤습니다
  • 댓글초보 (서울)님 2026-04-05 12:06:03
    영화로 나왔군요?
    고통과아픔속에살아가는 4/3유가족님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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