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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아이돌 헤어스타일을 떠올리는 김건희씨 (사진=연합뉴스) |
10월 들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가 이틀에 한번 꼴로 공식 행사에 참석하며 대외 홍보활동을 늘려가고 있다.
윤석열 당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은 다른 영부인들과는 달리 영부인이라는 호호칭도 사용하지 않고 '조용한 내조'만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헛웃음이 나올 상황이다.
대선 전 '허위 경력'을 기재한 사실을 사과하며 "돋보이고 싶은 욕심에 그랬다. 그것도 죄라면 죄"라던 김씨는 지난 5일에는 청주 동물원을 찾아 동물 복지를 강조했고, 6일에는 수산물 소비를 독려하는가 하면 10일에는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를 찾아 기획자를 격려했다.
11일에는 용산에서 재일본한국부인회 초청 차담회를 열고 '한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는가 하면 12일에는 '강력한 암예방 캠페인이 필요하다'며 암협회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13일에는 목포를 찾아 2023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를 관람하며 "수묵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K-컬처' 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고 15일에는 유방암에 대한 인식을 향상시키려는 취지의 '핑크 페스티벌'에 참석했다.
이달, 두 번에 걸친 총 6일간의 휴일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5일 동안 7번의 대외 일정을 집행한 것은 이례적이어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은 '조용한 내조' 약속에 따라 취임 후에도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으로서 활동하지 않을 것이며 제2부속실도 두지 않겠다"고 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더 확실한 비밀 유지의 수단이 되는 형국이다.
제2부속실 없이 모든 활동이 '대통령실'에서 이루어지다보니 향후 임기가 끝나더라도 모든 내용이 비밀로 묶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국정 감사 등에서도 확실하게 대통령 부인의 활동을 구분 짓기에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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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선 기간 허위이력 논란 사과하는 김건희씨 (JTBC 뉴스특보 화면캡쳐) |
당선 전에는 무엇이든 약속하는 것이 선거판이지만 주가 조작 의혹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것은 물론, 논문 표절과 경력 부풀리기까지 있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김씨가 먼저 찾아 갔어야 할 곳은 최소한 자신이 졸업한 대학교와 대학원이어야 했다.
공교롭게도 김씨의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이번 국감의 증인으로 채택된 교육계 인사들이 모두 불출석했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은 7∼14일 미국 글로벌 캠퍼스 구축 현지 탐방을 이유로 11일 교육부 국감 증인에 출석하지 않았고,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장윤금 숙명여대 총장은 대학기관평가인증을 이유로 기재한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이들 3명은 김 여사 석사 논문 표절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6일 국회 교육위에서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다.
공교롭게도 이들 3명 모두가 국감에 나오지 않음으로 인해 논문 표절의혹은 이번에도 입증되기 힘들 것으로 보이며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기를 바라는게 아닌지 의심을 살 수 밖에 없다.
선출직 공무원인 대통령의 부인 신분은 공직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우는 고위공직자에 준해서 진행된다. 권한은 있지만 책임은 없는 기묘한 구조다.
올 한해만 김씨는 거의 매월 공개일정만 10여건 이상으로 이는 윤 대통령의 일정보다도 많다. 부르는 곳이 많아 어쩔 수 없다고 변명하기도 하지만 얼마든지 조정이 가능한 것 역시 사실이다.
김씨는 지난 4월 2주차에 공개 일정만 8개를 진행하며 주목을 받았고, 당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김건희 여사의 조용한 내조는 없고 공적 권력을 동원한 사적 욕심 채우기만 보인다"면서 "'윤석열-김건희 공동정부'입니까?"라고 비판한 바 있다.
돋보이고 싶어서 대통령 놀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면 공직자에 준하는 행보로 영향력을 끼치며 지위를 누리는 대신,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논문표절 의혹부터 해명할 일이다.
또한 검찰의 비호속에 지지부진한 주가 조작 사건 역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검찰은 정치검찰이라는 꼬리표를 떼고자 한다면 얼른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부터 해야 한다.
공정과 상식을 외치며 당선된 윤석열 후보는 둘째치고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결국은 영부인의 자리를 꿰찬 김씨를 젊은 세대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떻게든 권력을 잡으면 그만이고 모두들 알아서 머리를 숙일 것이라는 '7시간 녹취록'이 새삼 떠오른다.
김씨가 공정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상식적이기는 한, 부끄러움을 알고 사과하는 영부인의 자세로 돌아가 본인 말 대로 있는듯 없는듯 조용한 내조를 하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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