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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조사 문제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의 충돌 여진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대검찰청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소환조사 관련 진상 파악 일정을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 사건 수사가 진행 중인 만큼 곧바로 진상 파악에 나설 경우 수사팀이 동요하고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어 그 시기를 조금 연기해달라는 취지라는 게 중앙지검 측 설명이다.
중앙지검 측은 진상 파악 자체를 거부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확전을 자제하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이번에는 수사팀 일선에서 "사실상 감찰"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검은 '수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조사 경위에 대한 진상 파악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앞서 진상 파악 지시에 반발해 사표를 낸 김경목 부부장검사는 대검의 반려 방침과 지휘부의 설득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전담 수사팀 구성 지시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파견된 김 부부장검사는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의 수사팀장 격이었다.
사실상 김 여사 조사 이후 내용 분석 등 후속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더해 사건 실무를 책임지는 김승호 형사1부장,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도 주변에 사의 표명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충돌에서 시작된 갈등이 일선의 반발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런 반발의 배경에는 대검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검은 감찰이나 이를 전제로 한 진상조사가 아닌 '진상 파악'이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감찰을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일선의 불만이다.
대검 감찰부가 전날 진상 파악을 위해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수사 지휘라인인 1·4차장검사를 면담하겠다고 요청한 것도 반발의 요인이 됐다.
이 지검장이 지난 22일 이원석 검찰총장을 1시간가량 대면하고 조사 경위를 상세히 보고했는데도 다음 날 바로 면담을 요구한 것은 너무 이르지 않냐는 것이다.
이 지검장이 전날 현 단계에서는 감찰부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전달하고, 대검에 남은 수사 일정이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진상 파악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은 진상 파악을 할 것이라면 "나만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사팀 내부에서는 2년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김 여사 소환조사를 어렵게 진행했는데, 보고가 늦고 조사 장소가 검찰청사가 아니었다는 이유만으로 조사 내용까지 공정성 문제가 있는 것처럼 폄훼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대검 감찰부는 진상 파악 방식에 대해 "중앙지검 수사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차분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출근길에 대기하던 기자들의 질문에 "따로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강 대 강 대치가 장기화하는 것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검은 일단 중앙지검에서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일정, 방식 등을 재검토한 뒤 진상 파악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검 내부에는 여전히 이 지검장과 수사팀을 향한 불만이 가라앉지 않는 기류가 감지된다.
검찰청으로 소환하라는 이 총장의 여러 차례 지시를 어기면서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의 '외관의 공정성'을 무너뜨렸고, 이에 대한 보고도 누락한 것은 책임을 물어야 하는 잘못이라는 시각이다.
결국 대검 감찰부의 '차분한 진상 파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다시 공개적인 파열음이 터져 나올 가능성이 여전한 살얼음판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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