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은 독립기념일 [전우용 칼럼]

▲영화 7월 4일생 포스터 (이미지=Original Poster)

‘7월 4일생’이라는 헐리웃 영화가 있다. 

 

톰 크루즈가 주연 배우로 나온 이 영화에서 ‘7월 4일’은 주인공의 생일이자 미국의 생일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이 날짜는 미국인들에게 자체로 애국의 상징이다. 

 

영화의 주요 줄거리는 베트남 전쟁에 참전해 실수로 민간인과 아이를 살해하고 스스로도 장애인이 된 군인과 반전(反戰) 평화운동에 앞장서는 그의 여자 친구 이야기다. 

 

‘국익’을 위해 전쟁을 벌이고 비인도적 살인에 눈 감는 것이 애국인가, 아니면 부도덕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를 강요하는 국가에 저항하는 것이 애국인가? 미국인들에게 7월 4일은 어떤 날이어야 하는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7월 4일을 미국인들은 Independence Day라고 한다. 직역하면 독립일이라는 뜻이다. 외계인의 침공을 물리치는 내용의 동명(同名) 영화도 있다. 

 

미국인들에게 이 날은 Thanks Giving Day(추수감사절)과 함께 양대 국경일이다.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유럽에서 신대륙으로 이주한 사람들 - Pilgrim Fathers - 은 곡식 씨앗을 휴대했다. 유럽의 농작물이 신대륙에서도 잘 자랄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자라지 못한다면, 그들은 굶어 죽거나 구석기 시대인처럼 사는 수밖에 없었다. 

 

가슴 졸이는 반 년이 지나고 수확에 성공한 뒤, 그들은 3일간 기쁨의 축제를 벌였다. 1620년 11월 첫째 주 일요일인 이 날이 아메리카 합중국의 역사적 기원인 셈이다.
 

▲ 보스톤 차사건 이미지 (사진=위키백과)

 

1773년 12월 16일, 북아메리카 매사추세츠 만 거주 주민들이 식민 모국인 영국 선박을 습격했다. 이른바 ‘보스톤 차 사건’이다. 

 

이로부터 3년 가까이 지난 1776년 7월 4일, 북아메리카 영국 식민지 13개 주의 주민 대표들이 독립을 선언했다. 물론 선언은 ‘말’에 지나지 않았다. 영국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아메리카 영국 식민지의 독립을 즉각 승인하지 않았다. 그래도 식민지 주민들은 군대를 조직해 영국군과 싸웠다. 

 

숱하게 많은 젊은 병사가 피를 흘린 끝에, 마침내 1783년 9월 3일 영국군을 북아메리카에서 몰아냈다. 보스톤 차사건 이후 10년, 독립선언 이후 7년만의 일이었다. 

 

이후 식민지 각 지역을 묶어 하나의 연방국가로 만들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승전 후 4년만인 1787년 9월 17일, 아메리카 연방 헌법이 모든 주 대표들의 동의를 얻었다. 연방정부 수립까지는 이 뒤로도 1년 반을 더 기다려야 했다. 

 

독립전쟁의 총 지휘자였던 조지 워싱턴이 아메리카 합중국 대통령에 취임하고 연방정부가 공식 수립된 날은 1789년 4월 30일이다. 

 

독립선언일, 독립전쟁 승전일, 연방헌법 제정일, 정부 수립일이 다 다르지만 미국인들은 ‘독립선언일’인 7월 4일만 사실상의 ‘건국절’로 기념한다. 이것이 미국 건국의 서사(敍事)다.

 

▲3.1만세운동, 서세옥 작가 작품 (이미지=뉴욕한국문화원)

1919년 3월 1일, 나라를 잃은지 10년째를 맞은 한국인들은 독립을 ‘선언’했다. 

 

한국인들은 그 전부터 의병을 조직해 침략자 일본군에 맞서 싸웠고, 민족 대표들의 ‘독립선언식’과 별도로 전국 각지에서 일본군의 총칼에 위축되지 않고 피를 흘리며 ‘독립선언’을 했다. 

 

‘만세(萬歲)’는 축수(祝壽)다. ‘대한독립 만세’는 ‘대한이 독립했으니 만년 동안 계속되길 바란다’는 뜻이다. 독립을 ‘기정사실화’했기에 이런 축수를 외친 것이다. 

 

4월 11일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었다. ‘임시국가’가 아니라 ‘임시정부’라는 게 중요하다. 일본이 영토를 강제로 점거한 상황에서 전국에 걸쳐 민주적 선거를 치를 수 없었기에 ‘임시’ 정부라고 한 것이다. 

 

1920년 3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관으로 상하이에서 ‘제1회 독립기념일 축하식’이 열렸다. 이날을 ‘독립선언 기념일’ 또는 ‘삼일절’이라고도 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는 1920년 초 두 개의 국경일을 정했는데 하나는 ‘건국기원절’이고 다른 하나는 ‘독립선언일’이다. 임시정부에 대종교인들이 다수 참여했기에 대종교의 종교 기념일이었던 ‘개천절’을 건국기원절의 다른 이름으로 삼았고, ‘독립선언일’은 삼일절이라고 했다. 

 

국경일에 ‘절(節)’ 자를 붙이는 것은 한자 문화권의 일반적 관행이다. 대한제국기에도 경흥절, 만수성절, 개국기원절, 계천기원절 등의 국경일이 있었다. 왕조시대의 국경일은 황제나 왕의 생일이나 건국일이었지만, 민주공화국 시대의 국경일은 국가 탄생의 서사(敍事)와 직결된 날들이다.
 

제1회 독립기념일 축하식에서 안창호는 “이 날은 가장 신성한 날이요, 자유와 평등과 정의의 생일이오. 이 날은 한 두 개인이 만든 것이 아니요 이천만이 만들었고, 소리로만 만든 것이 아니요 순결한 남녀의 피로 만든 날이오”라고 말했다. 

 

또 임시정부 기관지 『독립신문』은 이 날의 의미에 관해 이렇게 썼다. “3월 1일, 우리나라의 독립과 민족의 자유를 선언한 3월 1일. 이천만 대한인은 가는 곳마다 있는 곳마다 천년 후 만년 후까지 자자손손 열성과 환희로 지켜 축하할 3월 1일.”
 

▲ 대한민국 제헌 헌법서 (이미지=위키백과)

삼일절을 ‘독립기념일’로 삼는 국가 탄생의 서사(敍事)는 제헌 헌법에 오롯이 담겼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 정의 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시작된 ‘기원절’이 개천절이며 대한민국을 건립 - 나라를 건립하는 것이 건국이다 - 한 날이 삼일절이며, 이 땅에서 일본을 몰아낸 날이 광복절이고,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 날이 제헌절이다.
 

극우 전체주의자들이 이승만을 국부(國父)로 떠받들자고 주장한 지는 20년 정도 되었으나, 최근에는 정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도 ‘이승만 우상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부(國父)니 국모(國母)니 하는 것은 왕조시대에나 쓰던 말이다. 군사부일체 관념이 국부니 사부(師父)니 하는 말을 낳았던 것이다. 

 

지금도 김건희 여사를 ‘국모(國母)’라고 부르는 정신 나간 자들이 있다. 이승만이 국부고 김건희가 국모면 둘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가? 세상에 이런 족보가 어디 있는가?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어떤 ‘자식’이 되나? 

 

건국절을 따로 제정하자는 주장도 한심하다. 극우 전체주의자들이 숭배하는 미국의 건국 서사와 대한민국 헌법의 건국 서사는 같다. 그런데 왜 삼일절을 두고 따로 건국절을 제정해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은 삼일절을 ‘독립기념일’로 확정하고 ‘정의 인도 동포애’의 삼일정신을 대한민국 건국 정신의 핵심으로 정했다. 

 

이 사실을 부인하고 건국절을 따로 제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나, 이승만의 무능 무책임 부패 반생명 정신을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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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우용 박사 / 2024-03-01 10: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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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이만우님 2024-03-02 08:40:26
    신친일파들은 삼일절을 독립기념일로 인정하지 않고 있죠..
    그넘들은 일본으로 모두 보내버렸으면 좋겠어요..
    나라를 위하여..
  • WINWIN님 2024-03-01 23:19:47
    전우용박사님 최고최고최고 최최고
  • 민님 2024-03-01 15:22:59
    이 길지 않은 칼럼을 읽으면서 모르는걸 얼마나 알아가는지, 부끄럽네요^^;;; 전우용박사님 고맙습니다
  • 이주니어님 2024-03-01 13:15:22
    역시 전우용 박사님 최고합니다 ♡
  • 김서님 2024-03-01 11:57:13
    신친일파놈들 꼭 망했으면 좋겠습니다
  • 짱구 님 2024-03-01 11:42:30
    독립운동가분들께 너무죄송하다 왜놈한테 나라을 빼앗겨서
  • 섬진강 님 2024-03-01 10:39:10
    진정한 독립일이 맞지요. 생생한 역사에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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