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비공개 합의 위반에 강력 항의
우크라이나 “비밀유지 합의 해석 차이”…사과 여부 놓고 양국 입장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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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청사 (사진=연합뉴스) |
정부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일방적으로 공개한 우크라이나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하기로 결정했다. 비공개 합의 위반을 둘러싸고 한국 정부가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 측과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외교적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외교부는 8일 박 대사의 본국 소환 결정을 공식 발표하고 “양국 간 제반 현안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하며, 이를 위해 우크라이나 측과의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적 항의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도 협상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은 열어둔 것이다. 구체적인 소환 시점과 귀국 기간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갈등은 지난 9월 23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한국 정부는 포로 송환을 비공개하기로 사전에 합의했으나 우크라이나가 이를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송환의 구체적인 절차와 방식에 관한 비공개 합의와 송환 사실 자체를 알리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공개에 대해 “많이 아쉽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 우크라이나 측이 비공개 합의에 관한 한국 정부의 설명을 부인하자 청와대는 이를 “거짓 사실 발표”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에도 “상대국 국가원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며 합의 사실 인정과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외교부 역시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은 지난달 28일 안드리 베쉬킨 주한우크라이나 대사대리를 초치해 항의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의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히면서도 “저희가 생각하는 수준과는 좀 차이가 있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대사 소환은 당시 예고한 강경 대응을 구체적인 외교 조치로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한국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헤오르히 티히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양국 간 갈등이 비밀유지 방식에 관한 합의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 자체는 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다.
사과 여부에 대해서도 양측의 설명은 엇갈린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한국 측에 전달한 메시지가 공개적인 비판을 주고받는 상황에 이른 데 대한 유감 표명이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비공개 합의 위반에 대한 사실 인정과 공식 사과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외교적 해결을 위한 비공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 항구에서 출발한 석유제품의 러시아 운송 문제까지 양국 간 외교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관계자가 한국이 러시아의 연료난 해소에 도움을 줬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청와대는 지난 7일 “사실과 다르며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해당 운송의 구체적인 경위와 한국 정부의 관여 여부 등은 별도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이다.
상대국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는 조치는 외교적으로 강한 항의 의사를 전달하는 수단이다. 한국 정부는 과거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과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 등에 대응해 주일대사를 소환한 전례가 있다. 특히 2008년 7월 일본이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을 당시 권철현 주일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이번 결정으로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에서 비롯된 한국과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공식적인 대사 소환 단계에 이르렀다. 다만 외교부가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만큼 외교관계 단절이나 협상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우크라이나가 비공개 합의의 존재와 범위에 대해 어떤 추가 설명을 내놓을지, 한국 정부가 요구하는 수준의 사과가 이뤄질지가 갈등 해소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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