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
- 배임죄 폐지 병행 추진으로 재계 우려 달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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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개회 선언을 하고 있다. 2025.7.15 (사진=연합뉴스) |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상법 개정안이 15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공포 절차에 들어갔다.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고,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대폭 강화한 것이 골자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서 더 나아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추가 개정을 추진하는 한편, 재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배임죄 폐지’ 카드까지 꺼내 들며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다.
주주 권익 강화 핵심…무엇이 바뀌나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견 없이 의결된 상법 개정안은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의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경영진이 회사뿐만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동등하게 고려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됨을 의미한다. 물적분할이나 합병 등 과정에서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소액주주가 희생되는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룰'도 포함됐다. 대주주가 막강한 영향력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해 '거수기'로 만드는 것을 방지하고, 감사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이 외에도 상장회사의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독립이사(사외이사) 의무 선임 비율을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주주 친화적 조치들이 담겼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확대는 공포 즉시 시행되며, 3%룰은 1년 뒤, 전자주총 의무화는 2027년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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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는 가운데 디스플레이에 상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2025.7.3 (사진=연합뉴스) |
與, 추가 개정 드라이브…‘당근’과 ‘채찍’ 병행
이번 개정안 통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소액주주 권리 보호를 더욱 강화하는 후속 입법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보류됐던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자사주 소각의 원칙적 의무화 등을 9월 정기국회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모두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한다.
다만, 민주당은 재계의 우려를 의식한 ‘당근’도 함께 제시했다. 김태년 의원은 이날 기업의 특별배임죄를 상법에서 삭제하고, 합리적 경영 판단에 대해 형사 책임을 면제해주는 내용의 상법 및 형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강화로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재계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배임죄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악용돼 경영 활동을 위축시킨다며 폐지를 요구해왔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도 이 같은 방향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배임죄 완화는 추가 상법 개정안과 함께 병행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소액주주 보호 강화라는 ‘채찍’과 경영 불확실성 해소라는 ‘당근’을 동시에 제시하며, 이재명 정부와 여당이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이번 상법 개정안 공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오랜 오명을 씻어내고 코스피 5000 시대를 여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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