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프리카 순방지 이집트 택한 이유…방산·에너지·K-컬처 묶은 3축 전략

첫 아프리카 순방지 이집트 택한 이유…방산·에너지·K-컬처 묶은 3축 전략

이집트와 방산·에너지·문화 ‘3축 협력’ 본격화
이재명 “실용적·단계적 비핵화” 강조하며 한반도-중동 ‘평화 파트너십’ 부각

▲ 이집트를 공식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9일(현지시간) 카이로 국제공항에 도착한 공군 1호기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2025.11.20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지로 이집트를 선택하며 방산·에너지·문화 등 ‘3축 협력’을 앞세운 대(對)중동·북아프리카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 ‘북아프리카 최강국’이자 인구 1억1800만명의 이집트를 교두보로 삼아 MENA(중동·북아프리카) 시장 판로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20일(현지시간) 이집트를 공식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국영지 ‘알 아흐람’ 기고문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견지하며 실용적·단계적 해법으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새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남북 대화가 끊긴 현 상황을 방치할 수 없다며 “가능한 분야부터 남북 교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국제사회의 관계 정상화 노력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집트가 가자지구 사태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온 점을 언급하며 양국의 ‘평화 파트너십’을 부각했다. 그는 “한국과 이집트 모두 지역 평화가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중동 평화를 위해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집트의 외교적 인내와 동북아·한반도 평화를 위해 걸어온 대한민국의 여정은 서로 닮아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문화 협력 확대도 이번 순방의 핵심 축이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이집트는 대륙·문화·교역의 가교라는 지정학적 운명 속에서 찬란한 문명을 꽃피운 나라”라며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국이 나일강의 기적을 이뤄 온 이집트의 ‘비전 2030’ 여정에 신뢰할 파트너로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집트 비전2030은 2030년까지 세계 30위권 경제대국 도약을 목표로 하는 국가 발전 전략으로, 이 대통령은 원전·수소 등 에너지와 K-뷰티·K-패션·K-푸드 등 문화 산업을 양국 협력의 주요 분야로 제시했다.

인구 구조와 성장 잠재력도 이집트를 첫 아프리카 파트너로 고른 배경으로 꼽힌다. 이집트 인구는 약 1억1800만명으로 세계 13위 수준이며, 이 중 절반이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IMF는 2025~2026 회계연도 이집트 실질 성장률 전망치를 4.5%로 상향 조정하는 등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방산 협력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한화디펜스는 2022년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등을 포함한 ‘K-9 패키지’를 이집트에 수출하는 약 2조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국 자주포의 첫 아프리카 수출 사례다. 이집트는 2020~2024년 기준 세계 8위 무기 수입국으로, 한국 정부는 이집트를 거점으로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등 MENA 방산 시장에서 국산 무기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카이로 공식 환영식에 이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과 정상회담·공식 오찬을 갖고 에너지·방산·문화 협력 구체 방안을 논의했다. 오후에는 카이로대에서 ‘신중동 구상’을 담은 이른바 ‘카이로 구상’ 연설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중동 안정, 상생 발전을 연결하는 구상을 밝힐 예정이다. 이후 동포 간담회로 일정을 이어가며 이집트 및 MENA 지역 교민들을 격려한다.

UAE에서 1000억달러(약 150조원) 규모 기대 성과를 끌어낸 데 이어, 이집트와의 3축 협력까지 가동되면서 이재명 정부의 ‘중동·북아프리카 외교 벨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