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 드라마 54편 모두 제작비 산출근거 없이 계약…출연료 4억5천만원 부풀린 사례도
상위직 57.4%·복리후생비 공공기관 평균 1.93배…재난방송 시스템도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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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장범 KBS 사장이 법안·결산 의결에 인사말하고 있다. 2026.9.22 (사진=연합뉴스) |
감사원이 박장범 KBS 사장이 감사의 인사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해 자체 감사의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별도로 실시한 KBS 정기감사에서는 드라마 외주제작 계약과 인력 구조, 복리후생, 재난방송 체계 등 경영 전반에서 모두 17건의 위법·부당 및 개선 필요사항이 확인됐다.
감사원은 7일 KBS를 대상으로 실시한 ‘사장의 감사 독립성 침해 등 업무처리 감사’와 기관 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KBS 감사직무 규정에 따르면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과 전보는 감사의 요청이 있어야 한다. 회사 경영진으로부터 자체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다.
감사원에 따르면 박찬욱 전 KBS 감사는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박장범 사장에게 감사실 부서장 5명의 교체를 모두 9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박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박 사장이 감사의 요청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것은 감사부서 직원의 보직·전보를 감사의 요청에 따르도록 한 규정의 취지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박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실 내부의 비정상적인 인사 운영 문제도 지적됐다.
앞서 박민 전 KBS 사장은 2024년 2월 감사의 요청 없이 감사실장과 감사부장 2명 등 부서장 3명을 다른 부서 실무직급으로 전보했다.
이후 해당 부서장들이 전보 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감사실로 복귀했지만, KBS는 후임으로 보임된 부서장들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 때문에 약 8개월 동안 3개 감사부서의 부서장을 각각 2명씩 두는 이른바 ‘쌍둥이 부서장’ 체제가 이어졌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업무 처리의 비효율과 중복·혼선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별도로 실시된 KBS 기관 정기감사에서는 드라마 제작과 투자 과정의 허술한 관리도 드러났다.
감사원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KBS 2TV에서 방영된 외주제작 드라마 54편을 점검한 결과, 54편 모두 제작비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와 금액을 계약서에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은 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2년 동안 제작된 작품 가운데 실제 제작비 집행자료를 확인할 수 있었던 10편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4편만 계약서상 제작비의 99% 이상을 실제 집행했다. 나머지 6편은 계약상 총 제작비보다 모두 67억원 적게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외주 제작사가 배우 출연료를 부풀려 제출한 사례도 적발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 외주 제작사는 지난해 방영된 주말드라마 주연 배우에게 출연료 10억원을 지급한 것처럼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실제 출연료는 5억5천만원이었다.
감사원은 해당 제작사가 사실과 다른 세금계산서 등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4억5천만원 상당의 차액을 편취한 것으로 보고, KBS 사장에게 해당 제작사에 대한 고발과 손해배상 청구 등 조치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드라마 투자 과정에서 수십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사례도 확인됐다. KBS는 투자 조건 등을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한 드라마의 방영권을 30억원에 구매해 약 14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공동제작 사업에서는 KBS 계열사가 손실의 20%만 부담하도록 돼 있던 기존 계약을 해제하고 모든 권리를 153억원에 사들이는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면서 70억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감사원은 판단했다.
재난주관방송사로서 갖춰야 할 방송시설에도 문제점이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기준 KBS 9개 지역총국과 2개 지역국은 재난자막 송출시스템 이중화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시스템 장애가 발생할 경우 재난자막이 송출되지 않을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진이나 민방위관련 경보음을 자동으로 송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경보음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조정실 등 16개 주요 방송시설의 내진 성능 보강 역시 지연되고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KBS의 인력 구조와 복리후생 문제도 감사 대상이 됐다.
KBS는 2021년 53.1%였던 상위직급 비율을 2025년 48.8%까지 낮추겠다는 계획을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지만 실제 지난해 상위직급 비율은 57.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하위직급 비율 42.6%보다 오히려 높았다.
경영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복리후생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의 1인당 복리후생비는 399만원으로 공공기관 평균의 1.93배였으며, 업무상 필요 여부와 관계없이 4천명이 넘는 직원 전체에 월 5만원의 통신비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은 KBS에 외주제작 계약 시 제작비 산출 근거와 금액을 명확히 하고, 재난자막 송출시스템 이중화와 주요 방송시설의 내진 성능 보강을 조속히 추진하도록 요구했다. 상위직급 비율과 통신비 지원 제도 역시 개선하도록 통보했다.
또 이번 감사에서 확인된 지적 사항을 향후 KBS 재허가 심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 통보했다.
이번 감사 결과는 박장범 사장의 감사 인사 요청 거부 문제에서 시작해 드라마 제작·투자, 재난방송 시스템, 인력 구조와 복리후생까지 KBS 내부 운영 전반으로 범위가 확대됐다. 특히 감사원이 자체 감사기구의 독립성 훼손 우려를 공식적으로 제기하고 박 사장에게 주의를 요구하면서 KBS 경영진과 감사기구 사이의 독립성 문제도 다시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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