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민주유공자 명단 공개 입법의 반헌법성…민주화운동 폄훼 정치인은 퇴출해야 [김헌식 칼럼]

국민의힘 발의 법안, 개인정보 보호·비례성·형평성 논란
대법원도 유공자 명단 비공개 인정…5·18 왜곡과 2차 피해 우려
▲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전경. 중앙에 5·18민중항쟁추모탑이 세워져 있으며, 주변으로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의 묘역이 조성돼 있다. (사진=국가보훈부 제공)

 

지난 10월 국민의힘이 발의한 5·18 관련 법률 개정안에는 법률의 기본 원칙인 비례성과 형평성에 어긋날 소지가 있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해당 조항은 5·18 민주유공자와 그 유족 또는 가족의 명단 및 공적을 매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는 그간 보수 세력 일각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다. 법률 개정안이 발의된 시기와 맞물려 드라마 ‘닥터 X’에서 5·18 민주화운동 관련 소재가 등장하면서 이를 다시 제기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법률의 비례성을 고려하면,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거나 행정작용을 할 때 목적과 수단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목적은 정당해야 하고 수단은 적합해야 한다. 필요성의 원칙에 따라 기본권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며, 법익의 균형성도 지켜져야 한다. 이는 공익을 위해 국민 개인의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그로 인한 피해가 공익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법률의 형평성은 법이 공정하고 올바르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법 적용의 일관성이 중요하며, 동일하거나 비슷한 사안에는 같은 기준과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 실질적인 공정성을 갖춰야 하고, 법 집행에서도 비슷한 지위에 있는 다른 사례들과 동일한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

5·18 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국가 재정이 투입되기 때문에 유공자 명단이 공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선정 과정에서 제기되는 의혹을 검증하고 이른바 ‘가짜 유공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유공자 명단은 공개되어 있는데 5·18 유공자 명단만 공개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제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오히려 비례성과 형평성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

우선 ‘가짜 유공자’의 기준이 무엇인지조차 모호하다. 따라서 이른바 가짜 유공자를 판별한다는 목적이 구체적으로 어떤 공익에 해당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불확정적이고 모호한 개념을 근거로 명단 공개를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목적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명단 공개가 적합한지도 불분명하다.

명단을 공개한다고 해서 실제로 부정한 방법으로 등록된 유공자를 판별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명단 공개로 인해 부당한 권리 침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률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의 공개에는 법적 근거와 정당한 처리 요건이 필요하다.

유공자 선정은 관련 법률에 따라 심사 절차를 거쳐 이뤄져 왔다. 선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면 해당 제도와 심사 절차를 검증하고 개선하는 것이 우선이지, 명단 공개가 반드시 유효하거나 적절한 수단이라고 볼 수는 없다.

형평성의 문제도 중요하다. 다른 국가유공자의 명단 역시 일반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다른 유공자들도 성명 전체나 개인정보를 비공개로 보호받고 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6호는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사건의 항소심 재판부 역시 국가보훈처가 5·18 민주유공자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명단을 비공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 바 있다.

국가유공자와 보훈 대상자의 명단은 5·18 민주유공자와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다. 상이군경, 전몰군경 유족 등 일반 국가유공자의 명단도 원칙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고엽제후유증 관련 보훈 대상자와 특수임무유공자의 명단 역시 비공개 정보로 분류된다.

참전유공자도 본인이거나 법적으로 확인이 허용된 경우를 제외하면 타인의 명단을 임의로 열람하거나 제공받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유공자 명단을 일괄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다.

독립유공자의 경우 역사적 기록과 연구를 목적으로 독립유공자 공훈록을 통해 명단과 공적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5·18 민주유공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측의 주장이 이와 같은 역사적 기록이나 학술 연구 목적에 해당하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5·18 민주유공자의 경우 5·18 기념공원 내 추모공간에 명패가 마련되어 있다.

법원의 판결에서도 명단 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권리 침해 문제가 다뤄졌다.

2020년 10월 대법원 제3부는 원고들이 국가보훈처장을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5·18 민주유공자 명단에 개인의 성명이 포함돼 있어 개인 식별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했다. 일부 이름을 가리더라도 사망이나 행방불명 등 구체적인 정보와 결합하면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할 우려가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도 같은 취지로 판단했다.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행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부상 내역이나 장애 등급까지 사생활 보호의 영역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아울러 당시 상당수가 생존해 있던 5·18 유공자들이 명단 공개로 입을 정신적 고통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판결은 명단 공개가 개인의 권리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보여준다. 특히 명단 공개 요구의 배경과 목적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일부 명단 공개 요구의 배경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5·18 민주유공자의 이름과 유형별 공적 사유를 공개하라는 주장 가운데는 북한군이 개입해 소요사태를 일으켰다는 인식에 기초한 경우가 있다. 계엄군의 진압으로 사망한 사람 가운데 북한군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근거로 명단 공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군 개입 주장은 법원에서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을 받아 왔다.

지난 11월 3일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지만원을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자신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 5·18 민주화운동 참여 시민들을 북한군으로 지목하고 비하하는 내용의 글을 60여 차례 게시한 혐의다.

또한 11월 4일 광주고법 민사3부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광주 시민들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지목한 지만원을 상대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3,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이 밖에도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에 대해 여러 차례 사실과 다르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그럼에도 일부 세력은 이러한 사법적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고 유사한 주장을 반복해 왔다. 

 

▲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의 역사 기록사진. 트럭 적재함에 여러 시민이 몸을 웅크린 채 모여 있는 모습이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은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사진=유네스코한국위원회 자료)

국민의힘이 발의한 5·18 관련 법률 개정안 역시 그 추진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6년 8월 13일 국회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포럼이 열렸다. 주최자인 이진숙은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로 표현하고 항쟁에 참여한 시민들을 폭도로 규정한 SNS 게시물에 공감을 표시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으며, 이번 개정안 입법도 주도했다.

당시 포럼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둘러싼 이념적·정치적 발언이 이어졌다.

한 시민단체 공동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을 열흘간의 소요사태라고 표현했다. 또한 좌파 정치 세력이 독점하고 있다는 이른바 ‘5·18 문화 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으며,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한 전직 지역 당협위원장은 5·18과 1987년 체제의 오염 및 타락을 연결해 주장했다. 그러나 필자는 오히려 5·18 민주화운동이 1987년 민주화 체제로 이어지는 중요한 역사적 출발점이었다고 본다.

5·18 민주화운동은 국민적·사회적 합의뿐 아니라 법적 판단과 역사적 평가가 오랜 시간 축적된 공적 사안이다.

그런데도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국가폭력의 피해를 겪은 민주 시민들과 유가족들에게 또 다른 상처를 주는 2차, 3차 가해로 이어질 수 있다.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제8조 제1항은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허위사실을 법에서 정한 방식으로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신문·잡지·방송 등 출판물이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행위뿐 아니라 전시물·공연물의 게시와 상영,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토론회·간담회·기자회견·집회·가두연설 등에서의 발언도 법률이 정한 요건에 따라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예술·학문·연구·학설, 시사 사건이나 역사의 진행 과정에 관한 보도 또는 이와 유사한 목적을 위한 경우에는 예외가 인정된다.

문제는 국회에서 열린 해당 포럼이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는 학문적·연구적 목적의 행사였는지 여부다.

행사는 토론회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그 자리에서 어떤 학술적 연구 성과가 제시됐는지는 의문이다. 단순히 토론회라는 형식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발언이 법적 예외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반대로 개별 발언의 위법성 역시 구체적인 내용과 목적, 법률상 요건을 따져 판단해야 한다.

국민의힘도 해당 행사를 토론회로 규정했다. 당에서는 토론회 개최 전 정점식 원내대표가 취소를 요청했으나 행사가 강행됐으며, 정 원내대표가 이를 부적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내놓았다.

필자는 이러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들이 학문적 연구나 역사적 사실의 검증보다는 정치적 주장에 가까웠다고 판단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이 같은 행사가 다른 곳도 아닌 국회에서 열렸다는 사실이다.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행사가 개최되면 그 자체로 공적 입법 논의의 일부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5·18 민주화운동을 부정적으로 재해석하는 주장이 제기된 행사 이후 5·18 민주유공자 명단 공개를 포함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명단 공개가 유공자와 유가족의 개인정보 노출, 명예훼손 등 추가적인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이번 명단 공개 입법이 순수한 행정적 검증을 넘어 이념적·정치적 목적과 연결돼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 개인의 명단을 일괄 공개하는 방식은 법률의 비례성 원칙뿐 아니라 다른 국가유공자들과의 형평성에도 부합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에는 헌법상 기본권 보호 원칙과 충돌할 수 있는 요소가 있으며,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검토되어야 한다. 필자는 해당 조항이 입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모욕과 폄훼의 중심에는 정치가 자리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혐오를 조장하는 발언을 반복하고, 그러한 행위가 확산될 계기를 마련하는 정치인들에게는 엄중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책임이 중대하다면 국회 차원의 징계와 제명 문제까지 검토하는 것이 헌법정신과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 나가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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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헌식 박사 / 2026-11-08 00: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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