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검찰개혁과 대통령 탈당 문제 놓고 정부·여당에 잇달아 쓴소리
유승민 “비판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이재명식 인사냐”…청와대는 후임 인선 방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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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일 부산 동구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국민통합위원회가 개최한 2026 세대분야 현장형 국민대화 경상권 토론회에서 이석연 위원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2026.7.21 (사진=연합뉴스) |
이석연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이 오는 9일 자리에서 물러난다.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 진영 인사인 이 위원장을 ‘통합·탕평’의 상징으로 발탁한 지 1년 만이다.
이 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소송을 주도하고 뉴라이트 계열에서 활동한 보수 성향 법조인이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도입,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반대했으며 최근에는 이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 탈당까지 요구했다.
이번 퇴임을 두고 야권은 정부가 쓴소리를 배척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의 핵심 개혁 방향과 철학적 간극이 큰 인사를 ‘통합’의 상징성만 앞세워 임명한 청와대의 인사 판단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석연 “정권 아닌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 공직 맡아”
이 위원장은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입장문을 올려 “2026년 9월9일 자로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년간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국민 각자가 지닌 다름과 차이를 인정하고 헌법적 가치를 바로 세우는 바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해 나름대로 뛰었다”고 임기를 돌아봤다.
이어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길이자 이재명 정부가 성공하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국민통합에 관한 이 정부의 생각과 철학이 저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며 정부와의 근본적인 견해차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제가 다시 공직에 나선 것은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서이지 정권에 충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이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나고자 한다”며 “때로는 결례를 무릅쓰면서까지 말씀드렸던 직언을 국정 운영 과정에 그 편린이나마 반영해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행정수도 위헌소송 주도…진보 시민운동에서 뉴라이트로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출신인 이 위원장은 행정고시와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지낸 법조인이다.
1990년대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과 참여연대 공익소송센터 부소장 등을 맡아 진보적 시민운동에 참여했다. 군가산점제 위헌소송 등 공익소송에도 관여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정부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며 보수 진영으로 이동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추진한 신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위헌소송을 주도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끌어냈다.
이후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와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 등을 맡았고, 2008년 이명박 정부 초대 법제처장에 임명돼 2010년까지 재임했다.
이 같은 이력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의 사법·검찰개혁 방향과 충돌할 가능성은 임명 당시부터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은 2025년 대선을 앞두고 이 위원장을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대선 승리 후에는 부총리급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법·검찰개혁 반대하고 대통령 탈당까지 요구
이 위원장은 취임 이후 정부·여당의 주요 정책에 대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도입 등 사법개혁 방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서도 “검사의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지난 5월에는 국정과제 자료 제출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갑질’을 당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달 18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이 대통령을 향해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민주당을 탈당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헌법에 대한 무지 내지는 오해에 기초한 논리”라며 “당으로서는 결코 수용할 수 없고 역사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통합을 위해 영입된 인사가 정부·여당의 핵심 정책에 연이어 반대하고 대통령의 탈당까지 요구하면서 양측의 갈등은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원 임기 2년으로 연장됐는데…“대통령 뜻에 따라 물러나”
국민통합위원회는 이 위원장이 2025년 9월10일 취임해 올해 9월9일로 당초 1년 임기를 마치는 데 따른 퇴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의 퇴임을 단순한 임기 만료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도 나온다.
2025년 12월 개정된 ‘국민통합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은 위촉위원의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부칙에는 개정 전 위촉돼 시행 당시 임기가 끝나지 않은 위원에게도 2년 임기를 적용하도록 명시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청와대 국민통합수석을 통해 계속 재임하지 않는 방향의 뜻을 전달해 왔다고 밝혔다. 본인도 입장문에서 “대통령의 뜻에 따라 물러난다”고 명시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는 취임 당시 받은 1년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지만, 이후 개정된 규정과 대통령의 의중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신임을 받지 못해 물러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국민통합위원장을 지낸 김한길 전 위원장이 두 차례 연임해 3년 동안 재임한 것과도 대비된다.
유승민 “쓴소리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이재명식 인사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 위원장의 퇴임을 두고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이석연 위원장은 정권에 충성하지 않고 헌법에 충성하기 위해 이 정권의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의 잘못을 지적해왔다”고 적었다.
이어 “국민통합의 적임자라고 이 대통령 본인이 모셔놓고 이제 와서 대통령이 쫓아냈다”며 “선거 때 이용만 하고 쓴소리는 절대 용납하지 않고 사람을 자르는 것이 이재명식 인사냐”고 주장했다.
또 “국민통합에 대한 이 대통령의 생각과 철학은 대체 무엇이냐”며 “실용이나 중도보수라는 말이 얼마나 국민을 기만하는 말인지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의 ‘쫓아냈다’는 표현은 정치적 평가다. 다만 이 위원장이 대통령으로부터 계속 재임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만큼 이번 퇴임을 전적으로 자발적인 선택으로 보기도 어렵다.
보수 인사 잇달아 낙마…상징적 탕평의 한계
이 대통령은 취임 당시 진영을 넘어 인재를 기용하겠다며 통합·탕평 인사를 강조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에서 발탁된 인사들이 논란과 갈등 끝에 잇달아 물러나면서 인사 기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은 과거 저서에서 12·3 비상계엄을 옹호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사퇴했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는 보좌관 갑질과 아들 부동산 청약 논란 끝에 지명이 철회됐다.
이병태 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도 ‘5·18 성역’ 발언 논란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위원장의 경우 다른 인사들과 달리 개인적 의혹 때문에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핵심 정책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인사를 통합의 이름으로 어디까지 포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에 가깝다.
다만 국민통합이 반대 진영의 인사를 무조건 장기간 기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민통합위원장은 단순히 보수 진영에 배분하는 자리가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정부의 통합 정책을 설계해야 하는 직책이다.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 없이 정치적 상징성만 고려해 인사를 단행하면 ‘탕평’은 정치적 장식에 머물거나 예고된 충돌로 끝날 수밖에 없다.
이 위원장의 퇴임은 정부가 쓴소리를 얼마나 포용했는지뿐 아니라, 애초에 국정 철학의 간극이 큰 인사를 어떤 기준으로 국민통합위원장에 임명했는지도 함께 되묻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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