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입틀막'시키는 '교육의 중립성' 중단해야...보이스텔스바흐 원칙 필요하다 [김용택 칼럼]

'교육의 중립성'이라는 족쇄, 49년 전 독일의 합의에서 길을 묻다
- 교사에게 재갈을 물리면서 민주주의를 가르치라는 모순
- 잠자는 교실을 깨울 '보이텔스바흐 합의', 교사도 온전한 시민이다

 

‘주입 또는 교화 금지 원칙, 논쟁성 원칙,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 지금부터 49년 전인 1976년, 당시 우리와 같은 분단 국가였던 독일의 작은 마을 보이텔스바흐에서는 독일의 교육자, 정치가,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치열한 토론 끝에 ‘이념과 정권에 치우치지 않는다’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라는 정치교육의 원칙을 만들어 냈다.


■ 이재명 대통령에게 교육개혁 요구


교원단체들은 이재명 정부에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으로 교육 현장을 보호하는 대통령이 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도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으로 제시한 △교육 불평등 해소 △교권 보호 강화 △교사 정치 기본권 보장 △시민교육 강화 등의 체계적인 정책 설계를 주문했다. 전교조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교육정책이야말로 사회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새 정부가 교육을 시장 논리에서 해방시키고,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배움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과감한 개혁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하 교사노조)은 이재명 정부에 교육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교육정책 수립과 추진을 지양할 것을 요청했다. 교사노조는 “고교학점제, 늘봄학교, AI 디지털 교과서 등 최근 추진된 정책들 다수가 사회적 합의 없이 급하게 시행돼 현장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의 교육정책은 단기 성과 중심의 실적 위주가 아닌, 지속 가능하고 미래 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가 교육을 단순한 행정 영역이 아닌 사회적 신뢰 회복의 중심축으로 인식하고, 교사와 학생 모두가 안전하고 존중받는 학교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책임 있게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이재명 대통령 교육 공약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교육개혁에 대한 국민적인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교육의 중립성 원칙이 실현되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높다. 전교조 교사들이 계기 교육을 하면 ‘미성숙한 아이들’이라는 프레임이 등장한다. '아이들에게 편향된 의식을 심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는 것이다. 누구의 주장이 옳을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교원의 불필요한 행정업무 축소’, ‘민원 처리 시스템 체계화’, ‘교사들의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마음 돌봄 휴가 도입’ 등을 제시한 바 있다.

 


■ 보이텔스바흐 원칙이란...?


첫 번째 원칙인 ‘주입 또는 교화 금지의 원칙’은 학생 스스로 독립적인 판단을 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므로, 교사가 학생들에게 사회적 쟁점 사항에 대해 무엇이 바람직한 견해인지를 알려주거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둘째, ‘논쟁성 유지의 원칙’은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은 학교에서도 논쟁을 통해 학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주입 금지 원칙을 실천하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견해, 특히 비판적이고 대안적인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하고 또한 이에 대해 토의와 토론을 하지 않으면 슬그머니 주입과 교화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의 원칙’이란 학생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스스로 정치적 입장을 결정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드 도입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학생들이 질문을 하면 “너는 그런 거 몰라도 돼, 공부나 열심히 해!”라고 얼버무리는 게 교육적일까? 사드 문제뿐만이 아니다. 첨예한 사회적 갈등 부문에 대해 우리나라 초중등학생들은 정말 모르고 공부만 하는 게 옳은가? 사회적 갈등, 즉 나의 이해관계와도 무관하지 않은 이라크 파병 문제, 탈원전 문제, 체벌 문제, 학교 폭력 문제, 환경오염 문제, 낙태 문제, 의료 민영화 문제와 같은 사회적 쟁점이 수없이 많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육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그 당위성과 안전성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국방부 문건을 모든 학교의 학부모, 교사, 학생에게 안내해 줄 것을 17개 시도교육청에 지시해 왔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교육부의 이런 공문을 그대로 학생들에게 계기 교육으로 지시하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학부모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면서...


①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④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①항과 ④항이다.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은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교사는 정치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권리 행사를 하지 못한다. 교원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고(정당법 제22조, 국가공무원법 제65조),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집단행위도 할 수 없다.(국가공무원법 제66조) 교실에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정치관을 밝힐 수도 없다. 또한 선거 기간에는 그 흔한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도 선거법 위반으로 징계 대상이 된다.


세계에서 교원의 정치 참여를 제한하는 나라는 일본과 우리나라뿐이라는 주장이 있다. 교사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교육에서 학생들에게 편향된 가치를 가르치면 안 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31조에 규정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는 규정은 법률이 정한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 조건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에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지, 일정한 능력이 있다고 하여 제한 없이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어떠한 내용과 종류와 기간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바 있다.


교사의 중립성이나 교원의 정치적 참여 허용 이야기가 나오면 어김없이 ‘아직 분별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에게...’ 혹은 ‘교사들의 성향에 따라 미성숙하고 기초 지식이나 판단력이 부족한 학생들이 교사의 일방적 시각을 주입받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래서 최근 보이텔스바흐 원칙이 교육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교원의 정치적 중립과 교원의 정치 참여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교사도 근무 시간이 끝나면 당연히 교원의 신분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 대한민국 주권자로 돌아오는 것이다. 교원이라는 이유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당한다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제한당하는 반쪽 국민이 되라는 것이다.


부정과 비리가 저질러지는 현실을 외면한 채 원칙만 가르치는 교육은 우민화 교육이다. 49년 전 분단국가였던 독일의 보이텔스바흐에서는 교육자와 정치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주입 또는 교화 금지 원칙, 논쟁성 원칙, 정치적 행위 능력 강화 원칙’이라는 대원칙에 합의한 바 있다. 교사라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주권을 포기하라는 '교육의 중립성'은 교사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반민주적 발상이다. 헝가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한을 가지며 모든 아동은 적절한 보호 및 보살핌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능력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가 아니라 ‘모든 국민은 교육받을 권리’로 바꾸지 않는 한, 학교에서 제대로 된 민주적인 교육을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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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택 위원 / 2025-07-13 09: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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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밤바다님 2025-07-13 10:47:30
    김용택 위원님 덕분에 독일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보이스텔스바흐 원칙'에 대해 알게되었구
    위원님의 칼럼에 완전 공감하며
    우리 이재명 국민대통령님은 지킬 수 있는 공약을 내시고 반드시 지키려고 하시는 분이라
    교원단체들인 '전교조'와 '교사노조' 의 의견을 수렴하고 잘 협의해서 실행해나가실 거라 믿으며
    그러기위해서는 5 년을 넘어 8 년 이상의 효능감을 확실하게 보고 싶습니다

    김용택 위원님 극심한 무더위에 건강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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