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망신’ 잼버리, 온열 질환 비상에 프로그램 중단

”큰 문제 없다“던 조직위… 비판 보도에 취재 막아

이현일 기자

hyunillee1016@gmail.com | 2023-08-04 08:28:06

▲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사진=연합뉴스)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 속에 알리겠다며 유치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서 지난 2일 개영식에서만 100명 넘는 온열질환자 발생하는 등 준비 부족과 운영 미숙을 드러내 논란이다.

 

한낮 기온이 35도를 웃도는 폭염에 연일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대회 일정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최창행 새만금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언론 브리핑에서 "어제 개영식에서 발생한 온열 환자는 집계 결과 108명"이라며 "다만 두통, 복통, 근골격계 손상 등의 유형을 포함하면 개영식 관련 모든 환자는 139명"이라고 밝혔다.


최 사무총장은 "온열 질환 예방과 대응을 위해 의사 30명과 간호사 60명 등 의료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폭염 속에서 대회 참가자뿐 아니라 의료진도 지칠 수 있어서 냉방장치를 추가로 설치하겠다"며 "중증의 온열 환자가 발생하면 원광대병원, 전북대병원 등 5개 협력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는 의료지원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창행 사무총장은 개영식에서 많은 온열 질환자가 발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개영식에서 K팝 행사가 있었는데 청소년들이 에너지를 분출하고 활동하다 보니 체력을 소진해서 환자가 많이 발생한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예견된 폭염에도 조직위 측 준비가 안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잼버리가 열리는 야영장은 새만금 매립 당시부터 농어촌 용지로 지정된 곳이어서 물 빠짐이 용이하지 않은 데다, 숲이나 나무 등 그늘을 만드는 구조물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바닷가와 인접해 있지만, 한낮 동안 데워진 열기로 밤에도 열대야가 나타나는 일이 잦아 야영 활동에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영식이 열리는 2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야영장에 참가자들이 머물 텐트가 설치돼 있다.(사진= 연합뉴스)

 

4만3천여명의 참가 인원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50개 병상으로 대회를 시작했고, 그나마 내놓은 폭염 대책도 덩굴 터널과 수도 시설에 불과했다.

이미 온열질환자 수가 병상수를 훌쩍 뛰어넘은 상태여서 몇몇 환자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장실과 샤워실, 탈의실 수도 모자란 데다, 일부 시설은 천으로만 살짝 가려놓은 수준이어서 대원들이 이용을 꺼린다는 참가자 학부모의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장 내 편의점에서는 폭염을 틈타 시중보다 비싼 가격에 얼음을 판매했고 대원들에게 지급된 달걀 등 식재료는 무더위에 상하거나 곰팡이가 피어 먹을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에도 조직위원회는 미숙한 준비와 운영을 인정하지 않고"큰 문제 없다"며 현장 상황에 대한 인식 없이 참가자의 '스카우트 정신'만 줄곧 강조하고 있어 추가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

 

그러나 이미 많은 부분에서 헛점이 드러나자 이기순 여가부 차관이 나서서 "기대할 만큼 만족한 만큼 준비를 못한 것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조직위원회는 연일 운영 미숙을 지적하는 비판 보도가 쏟아지자 대회 사흘 만에 당초 언론에 허용했던 취재 장소 ‘델타 구역'에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다고 통보해 또다른 논란을 자초했다.

델타구역은 세계 각국의 스카우트 지도자와 청소년들이 만나 문화를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이번 잼버리의 '얼굴'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3일 취재진에게 "앞으로 델타구역에 들어가려면 취재 시간을 정해서 스카우트 운영요원(IST)과 동행하라"고 공지하며 개막 당일과 정 반대되는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방침을 변경한 게 비판 기사 때문은 아니라고 해명한 바 있다.

잼버리 대회 폐영식이 진행되는 오는 11일까지 폭염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남은 대회 기간 정상적인 운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따라 조직위 측은 야외 행사 상당수를 잠정 중단, 남은 기간에는 수상과 실내 활동, 지역 연계 체험 프로그램 위주로 진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잼버리내 병원 대기실 (사진=연합뉴스)

 

결국 국민의힘은 4일 오전 8시 국회에서 윤재옥 원내대표 주재로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안전관리 긴급대책 점검회의'를 개최한다.

 

이미 작년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은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 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을 정말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철저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회가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 대책을 적극 강구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이처럼 국회의 지적이 있었는데도 폭염에 각종 문제가 속출하면서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회 공동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대회가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키며 158개국 참가자 4만3천명의 안전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


K바가지 논란이 된 잼버리내 편의점을 운영하는 GS25는 가격을 환원하기로 했다. 

 

이 와중에 염영선 전북도의원은 "대한민국 청소년들이 귀하게 자랐고 불평·불만이 많다"는 취지로 인터넷 댓글을 써 구설에 올랐다.

 

▲그늘막이 공수되어 도착한 잼버리 (사진=연합뉴스)

 

한편, 영국을 비롯한 각국의 주요 언론사에서는 잼버리의 부실한 운영이 보도되기 시작했다. 

 

영국 BBC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일대에서 지난 1일 개막한 잼버리에서 첫날부터 400여 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며 "그중 상당수는 야영지 임시 의료시설에서 치료받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그늘에 있어도 엄청나게 덥다"며 "바람도 거의 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고도 전했다.

 

AP 통신은 "잼버리를 광대하고 나무가 없는, 더위를 피할 곳이 부족한 지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로이터통신은 '한국 폭염 속 스카우트 행사 안전 우려 고조'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행사는 거대한 바다 간척지에서 열리고 있다"고 언급하며 주최측을 안이함을 언급 했다.

 

해외 언론의 이 같은 보도는 부산이 유치를 희망하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부 해외 국가는 외교채널을 통해 안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새만금 야영장의 잼버리 참가자들 600여명을 지난 1일, 평택 미군기지로 옮겼다. 

미국 측은 주한 미 대사관 직원들을 현장에 남겨두고 추후 상황을 판단할 것으로 관계 당국과 긴밀한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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