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건을 ‘초롱이 구출쇼’라는 이준석의 '정치쇼'...초롱이가 거기서 왜 나와 [김헌식 칼럼]

이준석 대표, 캄보디아 범죄 사건을 두고 “초롱이 구출쇼” 발언
‘초롱이’는 영화 범죄도시 3 캐릭터로, 현실 범죄와 성격과 맥락 달라
국민 안전과 국제 공조가 우선인 때 정치쇼 하는 이준석의 정치적 한계

시사타파뉴스

sstpnews@gmail.com | 2025-10-26 15:00:54

▲ 18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캄보디아에서 구출했다고 밝힌 청년 (출처=SNS)

 

지난 10월,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청년 3명이 구출되면서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논란이 일었다. 이 청년들은 연애 빙자형 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 범행에 연루된 혐의로 현지 범죄 단지에 감금된 상태였으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주도로 국내로 송환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전신 문신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일부 정치권과 시민들로부터 ‘조폭’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23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인들은 더 이상 소위 ‘초롱이’라 불리는 범죄 혐의자들을 대상으로 구출 쇼를 벌일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하며 김병주 의원을 겨냥한 정치적 비판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 비유는 현실과 전혀 맞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었다.

 

▲ 배우 고규필 역 영화 <범죄도시3> '초롱이' (출처=SNS)


영화 속 '초롱이'와 현실의 괴리

 

이준석 대표가 언급한 '초롱이'는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범죄도시 3〉에서 배우 고규필이 연기한 캐릭터이다. 초롱이는 조직폭력배 백상어파 출신이지만 조직이 와해된 뒤 중고차 딜러와 북인천 마약 정보원 노릇을 하는 인물로 그려졌다. 그는 손님에게 침수 중고차를 3천만원(당시 고급 세단 새차 가격)에 강매하려 하는 등 사기와 강매 혐의를 보이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구찌 티셔츠, 검은색 클러치백, 구찌 목걸이 등을 걸치고 금목걸이에 형광색 반바지를 착용하는 등 허세가 강하고 과시욕이 넘치는 스타일로 묘사되었다. 그러나 마석도 형사에게 일격에 넉다운되는 것은 물론, 그를 아끼는 여자친구 미미가 "또 맞았어?"라고 하는 말을 보면 실제 격투기 실력은 부족한 하급 조직원 출신 캐릭터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속에서 초롱이는 마석도 형사와 협력하여 부패 경찰을 잡는 데 기여하는 등 코믹하면서도 정의감의 단면을 보여주었고, 사건 해결에 공로가 인정되어 경찰 형사 회식에도 참여하는 등 유쾌한 캐릭터로 국민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초롱이'는 폭력성과 희극성이 섞인 영화적 장치일 뿐, 실존하는 범죄자나 구조의 대상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가 허구의 영화 캐릭터를 캄보디아 청년 구출 사건에 빗댄 것은 적절치 못했다. 영화 속 설정과 국제 범죄 단지에서 벌어진 현실 사건은 그 성격과 맥락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초롱이의 경우 집에서 염려하거나 찾아달라고 정치인에게 부탁하는 부모가 없었고, 따로 보호자가 필요하지 않았다. 반면 캄보디아 청년들은 부모의 요청으로 소재가 파악된 경우였으며, 청소년기본법상 만 24세까지를 청소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생들이 다수 연루된 이번 사건과는 연령대나 직업군 면에서도 차이가 컸다.

 

▲ 캄보디아에서 구금됐다 한국으로 송환된 한국인들 (사진=연합뉴스)

 

시대착오적인 '문신=조폭' 낙인찍기 

 

청년들의 문신을 근거로 '조폭'으로 낙인찍는 태도 역시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문신은 이제 패션과 자기 표현의 한 형태로 자리 잡았다. 최근 '문신사법' 제정을 통해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기도 했다. 겉으로 드러난 외모 자체로 중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 외형적인 모습만으로 특정 이미지를 덧씌우는 것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우리 사회에 편견과 혐오를 확산시킬 뿐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정치적 조롱 

 

이번 캄보디아 사례는 단순한 범죄 연루 사건이 아니라, 해외 범죄 단지 안에 있었고 피의자인지 피해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었다. 따라서 정확하게 분별될 때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키면서도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신속히 보호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사안이 되었다.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한국으로 데려오는 것이 중요했고, 피의자 이전에 국민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준석 대표는 이러한 본질적인 맥락을 외면한 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정치적 비유의 소재로 삼았다. 국민에게 사랑받은 영화 캐릭터를 현실의 범죄 사건과 억지로 겹쳐 비판한 것은 사건의 실체를 흐리고, 정치적 조롱만을 남긴 무책임한 언행이 되었다. 

 

현실의 피해자를 영화 캐릭터와 동일선상에 두는 순간, 피해자의 고통은 희화화되고 공공의 신뢰는 무너질 수 있었다. 김병주 의원 측 또한 이준석 대표의 발언에 대해 무분별하게 '조폭'으로 규정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러한 부적절한 정치적 언사는 국민 안전과 청년 보호라는 더 중요한 문제를 가려버린다는 점에서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정치인은 사건의 본질과 피해자 보호를 우선시해야 하며, 허구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 채 자극적인 비유로 주목을 끌려는 태도는 정치인의 품격과 책임감을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었다.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정치는 국민 보호를 최우선해야 

 

국민의 안전과 국제 공조가 최우선이어야 할 상황에서, 이준석 대표의 발언은 정치적 공격과 자기 홍보에 치우친 행태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번 논란은 정치적 언사가 국민 보호라는 본질적 책임을 외면하고 여론 자극에만 치우칠 때, 공공의 신뢰를 훼손하고 중요한 사회적 논의를 저해할 수 있다는 경고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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