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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pnews@gmail.com | 2026-10-10 11:00:57
우리 정부가 북한군 포로 송환 비공개 합의 논란으로 주우크라이나 대사를 소환한 가운데,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감사 서한을 보내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정부가 상대국의 합의 위반을 문제 삼아 공식적인 외교 항의에 나선 직후 야당 중진 의원이 해당 국가 정상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것이다.
나 의원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나 의원 측은 해당 서한을 우크라이나 정부에 온라인으로 전달했으며, 외교채널을 통해 실물 서한도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의원은 서한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자유의사를 존중해 한국행을 허용한 젤렌스키 대통령의 결정을 환영하며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 측의 결정을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서한이 발송된 시점이다. 외교부는 전날인 8일 박기창 주우크라이나 대사의 본국 소환을 결정했다. 지난달 23일 젤렌스키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공개한 이후 양국 간 갈등이 이어졌고, 한국 정부는 비공개 합의를 위반했다며 공식 사과와 해명을 요구해 왔다.
반면 우크라이나 측은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이 비공개 합의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 사과의 표현이 담긴 메시지를 받았으나 한국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대사 소환이라는 강도 높은 외교적 항의 조치를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 의원은 오히려 정부의 대응을 비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송환 사실 공개가 대사 소환이라는 극단적 조치까지 취할 사안인지 의문이라며, 양국이 서로 감사해야 할 인도주의적·안보적 성과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를 향해 우크라이나의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사 소환 결정의 취소를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전은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정부가 공식 항의에 나선 바로 다음 날 상대국 정상에게 감사 서한을 보내고 자국 정부를 비난하는 것은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나 의원을 향해 “대체 어느 나라 국회의원이냐”고 비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기원 민주당 의원도 나 의원의 서한을 두고 “대한민국 외교 주권을 내던지는 항복 선언”이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우크라이나의 일방적인 공개로 포로들의 신원이 드러나고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항의해 주일대사를 소환한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의 조치와 이번 정부의 대응을 달리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나 의원이 공개한 감사 서한에 북한군 포로들의 성씨까지 포함된 점을 문제 삼았다. 포로 송환 과정의 비공개 여부가 단순한 외교 의전 문제가 아니라 당사자와 가족의 안전에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다만 실제 신원 노출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 발생 여부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나 의원은 민주당을 향해 재차 반발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야말로 어느 나라 대통령이며, 민주당이야말로 어느 나라 정당이냐”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북한의 군사분계선 지뢰 매설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가 북한에는 강경하게 대응하지 않으면서 우크라이나에만 지나치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란에서 구분해야 할 사안은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 결정 자체와 그 사실을 공개한 절차다. 포로의 자유의사를 존중한 인도주의적 송환 결정에 감사를 표시하는 것과 양국 간 비공개 합의를 준수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 정부는 송환 자체가 아니라 사전에 비공개하기로 했다는 합의의 이행 여부를 문제 삼고 있다.
야당 의원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거나 다른 국가와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정당한 정치활동의 영역이다. 그러나 정부와 상대국 사이에 공식적인 외교 분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이 상대국 정상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자국 정부의 대응을 비판한 만큼, 그 행위가 국가 간 협상과 갈등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도 논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교부는 대사 소환 결정 이후에도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군 포로 송환 과정의 비공개 합의를 둘러싼 양국의 입장차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나 의원의 감사 서한까지 정치권의 공방으로 번지면서 정부의 공식 외교 대응과 야당의 독자적인 메시지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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