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준 기자
sstpnews@gmail.com | 2024-09-10 20:30:39
경찰이 응급실 등 의료 현장에 남은 의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이른바 '응급실 블랙리스트' 사태와 관련해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경찰청은 10일 '응급실 블랙리스트 등 조리돌림에 대한 경찰청 입장'이라는 제목으로 자료를 내고 "의료 현장에서 성실히 근무하는 의사들의 명단을 악의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입건된 피의자 중 1명은 아카이브(정보기록소)에 진료 중인 의사 실명을 게시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및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두차례 압수수색과 조사를 통해 혐의를 적용했다.
나머지 3명은 해당 아카이브의 접속 링크를 게시한 이들로, 스토킹처벌법 위반 방조 혐의가 적용됐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국내 의사 커뮤니티 외에도 '감사한 의사 명단'이란 제목의 아카이브 사이트 등 해외 사이트에 의료 현장에 남은 전공의·전임의·의대생 등의 실명이 공개돼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응급실 부역'이라는 이름과 함께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 실명 등을 공개한 자료까지 등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관련자들을 계속 추적 중"이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서는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신속·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또 "의사 집단행동 초기부터 진료 복귀를 방해하는 명단 공개, 모욕·협박 등 조리돌림에 대해 신속·엄정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그간 진료 복귀 방해 행위와 관련해 총 42건을 수사해 48명을 특정하고 32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송치했다. 여기에는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복귀 의사 조롱글과 공보의 파견 명단 유출 사건 등이 포함된다.
한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10일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한 블랙리스트 유포 행위에 유감을 표명하며 회원들에게 중단할 것을 당부했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감사한 의사 명단', 일명 응급실 블랙리스트 작성·유포로 의료계 내 갈등이 불거지고 국민들께 우려를 끼친 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응급실에 파견된 군의관 등 의사들의 실명이 담긴 명단을 작성한 이유를 일부 의사들의 '절박함' 때문이라고 판단했다.
의협은 "명단을 작성한 회원들의 절박함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공격하고 비난하며 동료에게 상처를 주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료계일수록 이런 상황에 대해 더 자성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명단 작성·유포를 멈출 것을 당부하면서 "정부의 잘못된 정책 강행을 저지하기 위한 단일대오를 형성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현 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의협은 명단 유포에 따른 피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 회원 간 갈등 해소를 위해 중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면서도 블랙리스트에 대한 경찰 수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의도가 불순한 것으로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고위 관계자는 "선의로 복귀한 의료진이 일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라며 "국민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므로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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