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소장
eyleeee@hanmail.net | 2025-11-30 20:44:11
계엄 1주년을 맞아, 한국갤럽이 역대 대통령 공과 평가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11월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통신 3사의 안심번호를 이용한 핸드폰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전직 대통령 11명의 ‘잘한 일(공)’과 ‘잘못한 일(과)’을 2점 척도로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대통령 개인에 대한 호불호를 묻는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 정치 지도자들의 성취와 실패를 재평가하는 지표로 의미가 있다. 12월 3일 비상계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조기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 속에서,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해병)이 진행 중인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의 대통령 평가 역시 과거 회고가 아닌 현재 정치·사회 상황을 반영한 집단적 재해석으로 볼 수 있다.
1948년 이승만부터 2023년 윤석열까지, 재임 기간이 짧았던 윤보선·최규하를 제외한 11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긍정 평가 1위는 노무현(68%), 그 다음으로 박정희(62%), 김대중(60%)이었다. 세 대통령은 시대와 이념은 달랐지만, 국가의 기반을 다지고 국민 삶에 구조적 변화를 남겼다는 공통점이 있다. 노무현은 국가균형발전과 참여민주주의 확대, 박정희는 산업화와 경제성장 인프라 구축, 김대중은 IT 혁신과 남북 화해 정책 등으로 국민 전체의 역사적 판단 속에서 성과가 인정된 것이다.
김영삼(42%), 이명박(35%), 문재인(33%) 순의 평가 변화도 흥미롭다. 2015년 조사와 비교하면 김영삼은 순지수(Net Score: 긍정-부정)가 –26에서 +16으로, 이명박은 –52에서 –11로 개선되었다. 이는 대통령 공과 평가가 사회 분위기와 시대적 맥락에 따라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문재인은 민주 진영 대통령 중에서도 순지수 –11로 부정 평가를 받았다.
부정 평가가 가장 높은 대통령은 윤석열로, 긍정 12%, 부정 77%, 순지수 –65를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는 전두환보다 낮은 수치로, 내란 혐의, 극우 유튜버와의 동맹, 정치적 혼란 등이 복합 반영된 결과다. 전두환(–52), 박근혜(–48), 노태우(–32) 등 군부·권위주의 시대 대통령들도 부정 평가가 높게 나타났다.
이념적 성향에 따른 평가 차이도 뚜렷하다. 극보수층에서는 윤석열, 전두환, 박근혜 평가가 절반가량 긍정으로 나타난 반면, 약보수·중도·진보층에서는 압도적 부정 평가가 확인됐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박정희의 순지수는 +96, 민주당 지지층에서 노무현은 +91로, 두 대통령은 여전히 ‘절대적 상징 정치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현대정치에서 계엄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대통령이 네 명(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윤석열), 탄핵으로 파면된 대통령이 두 명(박근혜, 윤석열) 모두 보수 진영 출신이라는 점은, 국민의힘이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새로운 보수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임을 시사한다.
한편, 동일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 부정은 31%였다. 긍정 평가 이유 1위는 ‘외교’(43%)였으며, 부정 평가로는 ‘경제·민생’(14%),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12%), ‘전반적 업무 수행 미흡’(8%), ‘대장동 항소 포기 압박’(6%) 등이 있었다. 임기 6개월차 이재명 대통령은 ‘지지율 허니문기’를 지나고 있지만, 국가적 성과가 나타날지는 내년 지방선거 이후 좀 더 분명해질 전망이다.
역대 대통령 공과 평가는 단순한 역사적 평가가 아니다. 현재 정치·사회 상황 속에서 국민이 재해석하는 현대적 척도이며, 지도자와 정당, 정책의 교훈을 미래 세대에 전하는 중요한 자료다. 계엄 1주년을 맞아, 우리는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의 정치적 책임과 방향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