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3-08-02 17:36:43
현실 정치를 처음 겪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휴가철 민주당을 거세게 흔들고 있다.
문제가 된 김 혁신위원장의 발언은 이렇다. "지금은 22세인 작은 아들이 중학교 때 '더 오래 살면 사는 만큼 비례해서 투표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질문을 했고, 그게 중학생의 생각으로는 되게 논리적이라 칭찬을 해줬다."
듣기에 따라서는 나이든 사람의 표 가치는 가볍게, 어린 사람들의 표 가치는 무겁게 가중치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김 혁신위원장은 자신의 아들이 한 말이 논리적이라고 칭찬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는 1인1표제이니까 현실성은 없어, 그래서 참정권자가 되면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해야 해."
학자였거나 에세이 작가라면 아무 문제가 될 것 없다. 그러나 꾸준히 언론과 보수 세력으로부터 '노인 폄하' 프레임 씌우기를 당해온 민주당에게는 큰 부담이 되는 발언이다.
만약 김 혁신위원장이 이 같은 민주당의 프레임 왜곡 역사를 알고 있었다면, 맥락을 자르고 왜곡 과장해 보도하는 기사가 나왔을 때, 오히려 고개 숙이고 사과하며 깔끔하게 정리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오히려 "애초 발언의 앞뒤를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해서 노인 폄하인 것처럼 말씀을 하는데 그럴 의사는 전혀 없었다"고 말한 해명에 힘이 실렸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훈련되지 않은 초짜 정치인이 그렇듯 "그럴 의사는 없었다"고 말했고, 이는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지만 말한 것은 사실인 모양이네. 근데 왜 사과 안해?라는 반발만 불러 일으킬 뿐이다.
김 혁신위원장은 "제가 곧 60세다. 저도 노인 반열에 들어가는데 무슨 노인을 폄하하겠느냐"고 강조했다지만 앞뒤 맥락에 관심없는 대중들은 "언제 사과하나 두고보자"라며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양이원영 의원도 한마디 거들어서 뭇매를 맞았다.
"지금 투표하는 많은 이들은 그 미래에 살아 있지도 않을 사람들"이라고 발언하면서 김 위원장의 발언에 ‘맞는 얘기’라고 동조했다.
논란이 거세지자 양이 의원은 사과하며 탈출하는 분위기다. 현실 정치인이기에 잘잘못을 따지거나 맥락을 거론한다고 해도 달라지지 않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빠르게 반응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혁신위원장은 여전히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오해의 여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여움을 풀었으면 좋겠다"고 본인은 당당하게 마주한다는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혁신위가 공식 사과를 거부했다'는 언론의 지적은 당사자가 사과할 때까지 사라지지 않을게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예상대로 신나서 공격하고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부추김에 대한노인회도 동참했다.
대한노인회는 “이런 노인 폄하 발언은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기초를 닦아준 노인세대에 대한 학대 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민주당이 노인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한다면 OECD 회원국 중 노인빈곤율 1위, 자살률 1위로 방치된 노인세대를 위해 복지정책을 제시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고 전했다.
2일 진화를 위해 당 지도부가 나섰다. 혁신위원회를 대신해 사과한 것이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자신의) 노인 관련 발언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밝히며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세대 갈등을 조장하거나 특정 세대에게 상처를 주는 언행을 삼갈 것이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노인회는 성명을 통해 김 위원장과 김 위원장 발언을 옹호한 양이원영 의원, 이재명 대표의 '방문 사과'를 요구했다.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과 조직사무부총장인 이해식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한노인회를 방문해 당의 사과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김 혁신위원장은 오후 7시 춘천에서 열리는 '강원도민과의 대화' 행사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각설하고, 지난 수십년간 민주 진영은 보수 진영과 언론에 "프레임 공격"을 당해왔다.
하지도 않은 말을 했다고, 앞뒤 맥락을 잘라내서 왜곡하는 일은 노무현 정부부터 꾸준히 진행되어온 '익숙한 공격'이다.
국회의원 선거가 채 10개월도 남지 않았는데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노년 계층이 완전히 민주당을 외면하게 만들, 여파가 많이 남은 '설화'를 풀지 않는다면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
김 혁신위원장은 '정치 초보자'들이 당하는 '맥락의 함정'에 빠졌다.
이미 많은 이들이 거쳐간, 익숙한 함정에 빠졌는데 서둘러 빠져나올 생각을 않고 내가 옳다고 고집만 부리고 있다.
몰랐다면 혁신위원장 자격이 없고, 알고도 했다면 그 '고집'이 민주당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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