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5-08-09 19:38:01
'윤석열 탄핵' 놓고 벌어진 난장판, 뒤늦게 "엄중 조치"
사건의 발단은 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였다. 전한길 씨는 윤석열 탄핵에 찬성했던, 이른바 '찬탄' 후보들이 연단에 오를 때마다 "배신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주변의 연호를 유도했다. 공적인 정견 발표회는 후보에 대한 비방과 고성으로 얼룩졌고, 이에 항의하는 지지자들과 뒤섞이며 행사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도록 현장에서 즉각적인 제지나 퇴장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소란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쏟아진 이유이다. 결국 비판 여론이 비등하자 국민의힘은 9일 긴급 비대위를 열어 전 씨의 징계 안건을 중앙윤리위로 넘겼다. 송언석 비대위원장은 "더 이상 전당대회의 혼란이 없도록 조속히 결론 내리라"고 주문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수습하기 위한 사후약방문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제명하라"는 요구와 "악마화 말라"는 옹호, 극명한 분열
이번 사태는 당내의 깊은 균열을 여실히 보여준다. 찬탄파 후보들은 일제히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안철수 후보는 페이스북을 통해 "전한길, 미꾸라지 한 마리가 사방팔방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며 당무감사와 전 씨의 제명을 촉구했다. 조경태 후보는 "국가의 주인인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다가 파면된 자, 그를 옹호하며 국민의 힘을 나락으로 빠뜨리는 자, 그들이 배신자"라고 직격했다.'
반면, 친윤(親尹) 및 반탄(反彈) 세력으로 분류되는 후보들은 전 씨를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장동혁 후보는 "전한길 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극우 프레임으로 엮으려는 시도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사실상 전 씨의 행동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 대목이다.
한 개인의 돌출 행동에 당 전체가 휘둘리고, 이를 두고 후보들마저 노골적으로 편을 가르며 대립하는 모습은 국민의힘이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극단적 목소리에 끌려다니고 있음을 방증한다. 전한길 씨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국민의힘의 전당대회는 화합의 축제가 아닌 분열과 퇴행의 상징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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