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기자
minerva8do.ob8@gmail.com | 2024-02-19 19:22:01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에 나서면서 환자와 보호자 사이에서는 '의료대란'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소위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낸 뒤 병원을 떠나기로 한 시점을 하루 앞두고, 전국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확산될 전망이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와 각 병원에서는 시급하게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대로 집단사직이 이어질 경우 환자 피해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이보다 하루 앞선 19일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의 한 전공의는 공개적으로 사직의 뜻을 표하며 "19일 소아청소년과 1∼3년차의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전달하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알렸다.
이들 병원 외에도 전공의들의 사직은 잇따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 상위 수련병원 100곳 중 23곳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집계했다. 이들 중 실제로 근무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 전공의 103명에게는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아직 실제로 사직서가 수리된 곳은 없지만, 대한전공의협회와 '빅5'의 방침에 따라 전국 곳곳에서 사직 움직임이 이어질 모양새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인 전공의는 약 1만3000명으로, 응급 당직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한꺼번에 진료 현장을 떠나면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적으로 2만명가량으로 추산되는 의대생들도 20일 '선배'들인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는 시기에 맞춰 학교를 비운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35개 대학 대표자는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15일 저녁 긴급회의를 열고 전국 의대생들이 이달 20일 함께 휴학계를 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전공의협의회가 320명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사직 여부를 '개별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고, 상당수 전공의가 다른 병원의 사직 행렬에 발맞춰 사직서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대해 “정치쇼”라 규정했다.
19일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둘러싸고 논란이 심각하고 국민들의 걱정도 많다"며 "어떻게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겠다는 발상을 할 수 있는지 참 걱정이 된다"고 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에서 의대정원을 10년간 연간 400명씩 증원하자고 제안했을 때 여당의 반응이 어땠냐"며 "400명의 5배 되는 2000명을 당장 증원하면 지금 의대들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책 당국이 몰랐을까, 그 정도 바보는 아니지 않느냐"고 묻기도 했다.
이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던진 다음에 혼란과 반발을 극대화해서 국민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연후에 누군가 나타나서 규모를 축소하면서 원만한 타협을 끌어내는 정치쇼를 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민생과 국정의 문제를 이렇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며 "민주당은 의대정원 증가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비상대책기구를 만들어 대한의사협회와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의사 수를 늘리는 문제는 단순히 산수의 문제가 아니다"며 "지역의사제 도입과 같은 정확한 콘텐츠가 있어야 하고 국민을 살리는 실효적 정책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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