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도 없고 책임도 미루고"...경북 문경 귀촌인의 후회 ⓶ [시민 기고]

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3-07-25 19:13:31

시사타파뉴스는 지난 18일 게재한 "하천 정비해 봤자 넘쳤을 것"...경북 문경 귀촌인의 후회 기고두번째 편을 싣는다. 

문경에 귀향, 카페를 운영하는 주민 김가영(가명)씨는  수해 전 하천정비를 요청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고 결국 엄청난 피해를 입고 말았다. 생생한 증언은 이번 수해가 인재라는 상황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편집자 주]

▲수마가 할퀴고 간 자리. 외부는 제법 정리가 끝났지만 보상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사진=본인제공)

 

수해를 입은 모든 분들이 그렇듯이 저희 가족도 일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합니다. 

 

또한 복구·보상·지원이라는 정책 들도 하나같이 체계적이지 못합니다.


그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났던 자연재해와 인재에 얼마나 많은 사람 들이 절망했는지를 실감하며, 그토록 시간이 지났고 다른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행정은 아직도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것인지 이제는 속상함을 넘어 절망적입니다. 

수해를 입은 15일 이후로 우리 가족의 삶은 마치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사후 처리를 위해 관공서를 들어갈 때마다 이 지역이 특별 재난 구역으로 지정된 것이 맞나 싶습니다.

주택 담당자가 찾아왔을 때는 도면으로 확인했다며 집안으로는 아예 들어올 생각도 안했습니다.

저희는 카페와 살림집이 붙어있지만, 본인은 주택만 관리할 뿐 사업자 쪽은 시에서 할거라며 같이 취합해서 올려 달라는 것도 안된다고만 하더군요.

다음날 시청에 직접 들어가 여러 부서를 찾아다닌 결과 모든 피해는 관할 행정복지센터에서 취합해 시에 올리는 거라며 직접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어주더군요. 

 

이런 식입니다. 저희가 상가 피해는 어떻게 하는 거냐며 물으면 자기는 그쪽 담당이 아니다, 시에서 아직 지침이 안 내려왔다는 식입니다.
 

▲하천 밑 잠수교. 이번에 파손됐다. 이런 부분에서 찌꺼기가 모여 유속을 멈추고 역류가 발생했다 (사진=본인 제공)
상대가 수해를 입고 좌절해있는 사람이어도 공무원의 애정없는, 무신경한 업무 처리는 예외가 없습니다.

저희는 일단 서류로 피해를 접수했고 피해 금액 조사는 또 언제나 나오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가게 안의 재료 들은 이미 다 썩은지 오래고 생계를 위한 경제활동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휴가철이면 하천에 있는 저희 카페는 성수기인데 영업 시작은커녕 집으로도 들어갈 수조차 없네요. 

 

뉴스에서 지원금 이야기를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을까 관공서에 들어가면 그들은 아무것도 내려온 게 없다며 ‘모릅니다’만 반복합니다.

관공서에서는 “혹시 기자냐”고 묻기도 합니다. 한숨만 나오네요.
 

▲ 민원 처리 결과 (캡쳐=본인 제공)


 
제가 수해 전 하천 정비를 해달라는 민원을 넣었지만 묵살되었었습니다.


수해 발생 후 “하천 정비를 했어도 넘쳤을 것”이라는 공무원의 말에 상처받았는데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이번에 조사를 나온 외주 건설회사 직원분 말로는 "하천 정비만 제대로 했어도 막았을 것"
이라는 겁니다.

공무원 들의 인성도 역량도 신임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다 보니 인맥을 통해 비판의 강도를 낮추라는 충고도 들어옵니다. 

 

하지만 저희는 공무원 그 누구도 신임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멈추면 그들은 또다시 안일하게 대처해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인 들의 몫이겠지요.

왜 지역사회의 인구가 감소하는지 왜 낙후되는지 제가 귀촌해 살다 보니 알 듯합니다.

지하차도에서 많은 인명피해를 낸 것도 명백한 인재이고 그걸 수습하려는 공무원 들의 모습은 가히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수해 피해보상 관련 책자를 받아왔습니다.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전형적인 탁상공론 대책으로 가득합니다.

 

실제로 거주하며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어도 상가로 허가를 낸 건물이면 보상이 제외됩니다.


저희 옆집 들은 민박이나 식당을 했던 집을 구입해 주택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건축허가를 주택으로 낸 것이 아니라 보상에서 제외됩니다. 

 

실질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지 않아도 제외됩니다.
 
저희 카페는 한 필지에 상가와 주택을 겸하고는 있지만 나머지 세 필지가 한 곳은 보일러실, 두 필지는 정원과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잔디와 자갈이 진흙과 오물로 뒤덮여 있지만 이 또한 제외입니다. 이를 복구해야만 정상적인 영업이 가능할 텐데 답답합니다. 

 

▲다른 도로보다 한참 저지대인 마을 (사진=본인 제공)

 

며칠 전 이 마을에서 60년 이상 거주하신 어르신으로부터 제방을 쌓은 이후에도 4~5번의 침수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저희는 귀촌한 사람 들이기에 그런 사실은 전혀 몰랐습니다. 현재 저희가 거주하고 있는 자리에 있던 집들이 예전 수해 때 떠내려갔었다는 사실도 이번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전 재산을 털어 귀촌한 저희로서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사고가 있었고 침수가 빈번했는데도 어떻게 시에서는 이런 곳에 건축허가를 법제화하지 않았을까요.

어떻게 하천 정비를 묵살했을까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면사무소 직원이 새로 부임해 하천 정비가 필요할 거 같아 예산을 확보해 시에 결재를 올리니 반려했다고 합니다.

도의 예산을 써야지 왜 시의 예산을 쓰냐면서요. 그리고 이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문경시가 그런 곳입니다. 

 

누구의 예산이냐를 따지다 시민의 재산과 꿈을 짓밟아도 사과하나 안 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다른 마을보다 낮은 위치에 형성되어있고 하천과 산을 끼고 있어 하천의 범람, 산사태, 위 도로에서 내려오는 물 등 세 가지가 합쳐져서 아주 위험합니다.

시에서는 그걸 알면서도 방치한 것입니다. 수해를 입은 다른 지역처럼요.

사과도 없고 서로에게 일을 미루고...

특별재난구역이어도 정확한 지침하나 숙지못하는 공무원들. 이곳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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