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수사한 ‘서해 피격 사건’...박지원·서훈·서욱 전원 1심 무죄

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5-12-26 19:40:17

▲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부터), 박지원 전 국정원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이 26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2.26 (사진=연합뉴스)

 

2020년 서해에서 발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1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2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서훈 전 실장, 박 전 원장, 서욱 전 장관 등 피고인 5명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당시 정부 책임자들이 제한된 정보만을 가진 상태에서 나름의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그 판단과 발표 과정에 형사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 정부가 수사 결과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절차적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씨는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 총격으로 사망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했고, 이후 정부 대응의 적절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검찰은 당시 안보라인이 월북 결론을 정해놓고 첩보 삭제와 보고서 조작을 지시했다며 2022년 12월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상황에서 월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판단 자체가 평균인의 관점에서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특정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회의나 수사를 진행했다는 정황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이 제시한 주요 증거들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신중한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씨가 착용한 구명조끼에 한자가 적혀 있었다는 점을 들어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한자 표기만으로 해당 구명조끼가 무궁화10호 소속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판결은 고인이 실제로 월북했는지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출된 증거만으로 피고인들의 형사 책임이 인정되는지를 판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선고 직후 박지원 전 원장은 “저를 제거하려는 정치공작을 벌였던 윤석열은 파면됐고 감옥에 갔다”며 “정치검찰과 국정원이 다시는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개혁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서훈 전 실장도 입장문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독선이 만든 정치적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유족 측은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판단”이라며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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