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위원
sstpnews@gmail.com | 2025-07-27 08:00:33
“공부를 왜 하지? 학교는 왜 다니지?”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보면 백이면 백 하나같이 “훌륭한 사람이 되려고요.”라고 대답한다. “훌륭한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라고 다시 물어보면 ‘대통령, 국회의원 혹은 의사나 판검사, 대학교수’라고 답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틀린 말이 아니다. 어쩌면 이런 사람들 중에 불의와 싸우면서 정의의 편에 서서 눈물겨운 싸움을 해 온 덕분에 이 나라가 이 정도의 자유와 민주를 누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아이들의 대답은 그게 아니다. 아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돈이 많으면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하긴 부모들이 그런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라고 자기 자녀들에게 귀가 아프도록 말했으니, 왜 그런 사람이 훌륭하게 보이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일을 하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인가? 정말 공부만 잘하면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맞는가?
■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 중에 존경할 만한 사람은…
나는 청문회에 나온 전직 판검사나 장차관 같은 사람치고 존경할 만한 인물을 별로 본 일이 없다. 박근혜 정부나 윤석열 정부 들어 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나같이 위장전입, 병역기피, 부동산 투기, 논문 표절, 전관예우와 같은 문제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없었다.
부모나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국민의 의무인 병역을 기피했다는 것은 범법 행위다. 부동산 투기를 하거나 제자들의 논문을 표절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는 생계형 범죄가 아닌 파렴치범에 가깝다. 사회 지도층 인사의 도덕적 해이는 우리 사회를 이렇게 타락시키고 병들게 하여 ‘착하게 살면 손해를 본다’는 인식을 만들어 놓았다.
범법자를 존경하는 사람은 없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것은 개인의 노력으로 얻은 성취 결과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부모의 사회·경제력이 자녀에게 대물림되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얻은 경우가 많다. 100m 달리기 시합을 하는데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은 반칙이다. 반칙이 허용되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한 사회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하거나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약자의 재산을 노리는 사회에서 약자는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가 우리가 꿈꾸는 사회다. 열심히 공부하면 나도 성공할 수 있다는 꿈이 없다면 누가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청년들이 ‘N포 사회’니 ‘헬조선’이니 하며 자포자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힘 있는 사람, 사회적 지위가 높거나 경제력이나 학벌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회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반이성적인 사회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지 못하는 사회, 청년들에게 희망을 앗아가는 사회는 나쁜 사회다. 열심히 노력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
상식이 통하는 사회, 권력이 주권자들에게 골고루 나눠지고 부가 골고루 배분되는 사회, 특권이 아니라 법 앞에 평등한 사회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 정치만 바로 한다면, 기득권 세력이 양심적인 삶을 산다면, 재벌이 노동자를 착취만 하지 않는다면 정의로운 사회도 경제 민주화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희소가치를 배분해야 할 권력이 기득권 세력에 특혜를 주거나 선공후사의 정신을 포기한다면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반이성적인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지도자가 타락한 나라에서 어떻게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무너진 학교에서 교육이 가능할까? 공정한 경쟁이 없는 시장에는 강자가 약자를 수탈하는 불공정한 경쟁, 살벌한 힘의 논리만 작용할 뿐이다.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일은 뒷전이고, 일류 대학과 일등 지상주의가 목표가 된 학교에서 교육이 가능하겠는가? 교육은 없고 경쟁만 있는 학교에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반교육이 교육이 된다.
교육 현장을 가보라. 학교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고 있는가? 상급 학교 진학이 교육의 목표가 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문제 풀이로 날밤을 세우고 있다. 이런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문제아로 낙인찍고, 성적 때문에 자살하는 학생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지 않은가?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인 학생을 길러내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가치가 전도된 사회에서 학생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가? 경쟁은 있고 교육이 없는 학교에서는 학생의 계층 상승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교육을 할 수밖에 없다.
참교육은 판검사나 의사, 변호사가 되는 것이 목표인 학교가 아니라, 학생 각자의 개성과 소질, 특기를 길러주는 학교여야 한다. ‘특목고, SKY, 그리고 출세’라는 코스를 따라가는 학교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하면 나도 사람 대접받고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학교가 되어야 한다. 일등 지상주의와 일류 대학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학교가 어떻게 정상적인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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