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4-07-03 18:37:00
"필리버스터인가 필로우버스터인가"
24시간 진행되는 무제한 토론은 흔히 '필리버스터(filibuster)' 라고 부른다. 잠시라도 멈추거나 자리를 뜨면 즉각 중지되기 때문에 같은 당 의원들은 자리를 지키며 응원하고 지치지 않게 하는게 이제까지의 관례였다.
그러나 채상병특검법을 저지하려는 국민의힘 모습은 전통적인 필리버스터와는 궤를 달리 한다.
국회의장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불만을 표한 유상범 의원이 첫 주자로 나선 필리버스터에서 두 명의 여성 의원과 한 명의 남성 의원이 잠자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상범 의원이 발언하는 중 같은 당 최수진 의원은 몸은 뒤로 젖힌 채 푹 잠자는 모습을 연출했다.
국회 본회의장 화면은 국회 방송은 물론 여러 유튜브 계정을 통해 생중계됐는데 발음이 비슷한 필로우(Pillow)를 빗대어 필리버스터가 아니라 필로우버스터냐는 비아냥의 대상이 됐다.
김대식 의원이 다가가서 자는 최 의원을 꺠우자 최 의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는게 아니라고 하는듯한 모습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다.
강도 높은 비난 논평으로 주목받은 초선 김민전 의원 역시 입을 벌리고 잠자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옆자리 동료 의원이 깨워서 일어난 후 자신이 잠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소식이 퍼졌는지 확인해 보려는듯, 포털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는 장면 역시 포착됐다.
이외에도 여러 의원들이 김민전 의원이나 최수진 의원처럼 아예 자는 티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손으로 얼굴을 감싸거나 턱을 괴고 잠시 눈을 붙이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과 추경호 원내대표는 조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한 후 "자는 사람을 회의장 밖으로 빼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와 관련 조국혁신당의 배수진 대변인은 "본회의장은 침실이 아니다"라며 "꾸벅꾸벅 조는 게 아니라 아주 편안하게 잡니다. 국회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곳 아닌가요?"라고 논평을 냈다.
사흘 밖에 안되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첫째날은 파행으로 끝내고, 둘째날은 질문도 하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면 통과될 수 밖에 없는 특검법에 항의하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도 그 얼마를 견디지 못하고 꾸벅꾸벅 조는 국민의힘 의원들.
배수진 대변인의 "잠은 집에 가서 주무십시오. 보는 국민들 부아만 치밉니다"라는 논평에 '동감한다'며 버럭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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