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보다 재미있는 '국정보고 생중계'가 불편한 사람들 [김헌식 칼럼]

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5-12-21 00:00:51

▲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참석한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2025.12.19 (사진=연합뉴스)

 

정부 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를 두고 불편해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저항은 애초에 예상되었던 것들이다. 이들의 논리를 요약하면 몇 가지로 정리된다. 

 

국정 점검이라기보다는 공개 모욕 주기에 가깝다는 주장이다. 정책 점검보다는 장면 만들기에 가깝고, 불필요한 소모전을 부추긴다고도 한다. 아울러 업무보고가 대통령의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무대가 되어 공직 사회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즉 공직 사회를 위축시킨다는 지적도 있다. 혹은 일방 통행식으로 국정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며, 소통을 내세우지만 결국 쇼에 불과하다고 규정한다. 

 

윤 정권 시기의 도어스테핑에 비유하는 경우도 있다. 대통령의 돌발 발언을 참모들이 수습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대 논리들은 

 

행정부 생중계는 왜 처음이었나


국무회의 생중계 공개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제안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 직후 첫 국무회의에서 회의를 실시간으로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다만 당시에는 기자실과 각 부처에 생중계하자는 것이었다. 국정 운영은 투명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었다. 이 제안은 결국 녹화본 공개로 마무리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때는 경제 분야 국무회의가 한 차례 공개된 바 있다. 이재명 정부처럼 행정 부처 국무회의를 전 국민에게 생중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이러한 생중계 방식은 대통령에게 상당한 부담이 된다. 생중계 기자회견 역시 취임 초기에는 자신 있게 공언되지만, 제대로 유지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도 여기에 있다. 부처 전반에 걸친 정책 사안을 대통령이 모두 점검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조차 사전에 조율해도 부담스러운데, 국정 업무보고를 그대로 생중계한다는 것은 대통령에게 훨씬 더 많은 고민을 안긴다. 발언 하나로 신뢰와 권위,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 정치적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정책과 정치가 분리되지 않은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국무회의는 진작에 생중계됐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에 기초한다. 입법부인 국회는 물론, 사법부도 중요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생중계 방식을 취해왔다. 박근혜 탄핵 심판, 윤석열 내란 쿠데타 재판 역시 생중계됐다. 그만큼 국민

적 관심이 큰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동안 행정부만은 생중계의 금기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행정부야말로 생중계 공개가 가장 필요한 국가기관이다.


▲ (사진=연합뉴스)


투명성은 부담이 아니라 권리다


첫째,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를 유권자가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행정부 국무회의는 국민 민생과 직결된 정책을 다루는 자리이므로 국민의 알 권리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동안 국정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고, 일부 언론을 통해 왜곡되거나 편중된 형태로 전달되었다. 이 과정에서 소모적인 논쟁이 반복되며 국력을 소진하고 국론을 분열시킨 사례도 적지 않았다. 올바른 여론이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더 나아가 국정 카르텔이 민의로 선출된 대통령을 포위·위축시키고, 레임덕으로 몰아넣는 경우도 발생했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단순한 정책 점검이 아니라, 정책 기획의 과정까지 포함하는 국무회의를 공개하고 소통하는 데 있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부처 실무자들이 공개되는 만큼 부담도 클 것이다. 부족한 답변이나 미비한 설명이 그대로 드러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관점에서는 정보의 획득과 사실의 확인이 가능해진다. 각 부처 수장들이 우대받는 자리가 아니라, 끊임없이 공부하고 현안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인식도 강화될 것이다. ‘일은 밑에서 하고 공은 위에서 챙긴다’는 공직 문화 역시 바뀔 수 있다. 실력 있고 열정적인 공직자가 누구인지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다. 오히려 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반발하거나 정치적으로 대응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 정부부처 업무보고 생중계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시민들 (이미지=AI)


국무회의는 왜 공개돼야 하는가


조선시대의 실록은 오늘날의 국무회의록에 가깝다. 왕조 시대에도 국정 논의를 기록해 후대에 남겼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국무회의를 국민 앞에 공개하는 것은 대세이자 당연한 흐름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시대적 숙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대통령의 의지와 실행이다.

 

일각에서는 국무회의를 넷플릭스에 비유하는 것을 오락이나 쇼로 폄훼한다. 그러나 이는 콘텐츠에 대한 지나치게 빈약한 인식을 드러낼 뿐이다. 콘텐츠에는 언제나 의미와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 국무회의가 국민의 관심을 받는 것은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환영해야 할 일이다. 국무회의는 넷플릭스보다 재미있어도 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익해야 한다. 흥미롭게 볼 수 있으면서도 국민에게 분명한 이익을 남겨야 한다. 민생을 다루는 자리라면 더욱 그렇다.

넷플릭스 콘텐츠는 보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국무회의는 달라야 한다. 보고 나면 정책이 보이고, 책임이 보이고, 누가 준비되어 있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가 드러나야 한다. 지금처럼 국민이 국정 현안에 이토록 집중하는 순간이 과연 또 있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이 효과 자체가 이미 성과다.

생중계 과정에서 드러나는 미숙함이나 거친 장면만을 이유로 국무회의 공개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이는 투명성을 불편해하는 태도이며, 민주주의의 진전을 가로막는 반민주적 사고에 가깝다. 국무회의 생중계는 중단의 대상이 아니라 확장의 대상이다. 더 자주, 더 넓게, 더 일상적으로 공개돼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옥석은 가려지고, 민생을 위한 행정이 무엇인지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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