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6-02-01 20:00:30
“한국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40%가량 비싸다. 필요하다면 정부가 위탁 생산해 무상 공급하는 방안까지 검토해야 한다.”
지난 1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다.
정부의 생리대 가격 안정화와 무상 공급 검토 방안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은 ‘시장 원리’를 근거로 든다. 수요와 공급의 원리,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 그리고 “좋은 제품은 비싸고 저렴한 제품은 품질이 낮은 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정부가 기본형 생리대를 만들어 공급하는 것은 시장과 자본의 원리에 어긋나며, 국가 위탁 생산과 무상 공급은 1920~30년대 소련식 계획경제와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논쟁의 출발점은 분명해야 한다. 지금의 생리대 시장이 과연 자유시장경제의 원리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이다.
■ 생리대 시장은 이미 ‘정상적인 시장’이 아니다
현재 생리대 시장은 독과점 구조에 더해 ‘케모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를 자극하는 고가 가격 체계가 고착화돼 있다. 대형 3사가 시장 점유율의 약 90%를 차지하는 구조에서 경쟁은 제한되고, 가격 결정력은 소수 기업에 집중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새로운 기업의 우수한 제품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렵고, 가격 인하 압력도 제대로 작동하기 힘들다.
특히 2017년 릴리안 사태 이후 유해물질 논란이 불거지자, ‘유기농’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고가 제품들이 독과점 기업을 중심으로 대거 출시됐다. 이들 제품은 일반 생리대보다 평균 26% 이상 비쌌다. 식약처는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음에도, 건강에 대한 불안을 자극하는 마케팅은 소비자 선택을 고가 제품으로 몰아갔다. 과연 유기농 생리대가 가격에 비례하는 효과를 제공하는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일부에서는 “연간 5~6만 원 차이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그 금액은 누군가에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특히 생리대 사용량이 더 많은 장애 여성이나 저소득층 여성에게는 생활을 위협하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원재료인 펄프와 고분자흡수수지(SAP)가 수입산이어서 국제 가격 변동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이 논리는 그동안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반복 사용돼 왔고, 실제로 원가를 이유로 한 부당 인상 사례가 적발된 바도 있다. 독과점 구조에서는 주가 방어와 매출 확대를 위해 가격 인상이 가장 쉬운 선택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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