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위원
sstpnews@gmail.com | 2025-10-05 09:00:51
조선 초기, 성리학이 통치 이념이 되면서 <주자가례>가 제도화됐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남성 중심·장자 승계 관습이 얹혔고, 전쟁을 거친 뒤 가문 중심 제례 문화가 굳어졌습니다. 문헌에 기록된 밥·국·적·전·나물·과일의 배열도 결국 형식일 뿐이었습니다.
오늘날 가정에서 차례상을 간소화하는 것은 전통을 거스르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전통을 이어가는 길입니다.
조상을 기리는 제사, 그 본질은?
제사는 본래 조상과 신령에게 제물을 바치며 삶의 평안을 기원하던 의식입니다. 고려·조선 전기까지는 아들·딸 구분 없이 재산을 나누고 제사를 이어갔지만, 중기 이후에는 소중화 의식이 강해지며 장남 중심의 제례 문화가 굳어졌습니다.
5대조 이상은 따로 묘사를 지내거나 불천위로 남기는 예외만 있을 뿐, 4대 봉사가 기본이었습니다.
이제는 실용적 차례상으로
인류학자 타일러는 “죽음 뒤에도 영혼은 불멸한다”는 믿음에서 제의가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다른 학자들은 사별의 아쉬움과 죽은 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조상 숭배가 나왔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의 과제는 엄격한 예법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닙니다. 성균관의 표준안을 참고해 소박하고 실용적인 차례상을 차리는 것. 그것이 조상을 기리고 가족이 함께 화합하는 본래의 정신을 잇는 길입니다.
결국 차례상의 핵심은 음식의 가짓수가 아니라, 마음과 정성입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전통이 말하는 예법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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