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연설 (사진=연합뉴스) 21일 국민의힘 의원 67명이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서약했다.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박대출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의원 67명은 '본인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할 것을 국민 여러분께 서약합니다'라고 적힌 서약서에 서명했다.
이는 전날 김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회가 드디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을 때가 왔다. 우리 모두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에 서명하자"고 제안한 데 따른 것이다.
얼핏 많은 수로 보이지만 국민의힘 의석수는 지역구 91석, 비례 22석을 포함해서 총 113석이다.
그러니까 굳이 세어보자면 국민의힘 의원들의 60%도 참여하지 않은 서약식인 셈이다.
| ▲불체포 특권 포기 서약식하는 국민의힘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이 모든 출발은 지난 1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불체포권리 포기를 선언하면서 부터다.
이 대표는 "저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엄밀히 살펴보면 김 대표와 이 대표가 말하는 '불체포'는 시작부터 모든 부분이 다르다.
이 대표는 국회의원 특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특권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불체포 권리는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원의 권한이다.
헌법 제 44조는 1항 국회의원은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2항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인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중 석방된다’라고 적고 있다.
이는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행정부가 경찰을 동원하거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려는 경우 국회의원을 상대로 범죄 누명을 씌워 강압과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에 마련된 일종의 ‘안전장치’이다.
이 대표는 지난 몇 년간 자신을 향해 진행된 '정치 수사'에 대한 불체포 권리를 포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공개석상에서 당대표 연설로 한 것이기에 김 대표가 요청한 별도의 선언에 참여할 필요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반면 김 대표는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자체를 내려놓자는 선언을 하자는 것으로, 정치적 퍼포먼스이지만 이 역시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 60%도 안되는 국민의힘 의원들만이 참여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 대표의 퍼포먼스에 굳이 동참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같은당 의원들이 40%나 된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것이 첫번째다.
단신으로 사진 몇장 소개되는데 그칠 퍼포먼스라고 판단한 의원들이 많았다는 말이다.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할 것이고 운이 좋아 화제가 된다고 해도 김 대표 좋은 일이 될 뿐이라는 계산이 끝났기에, 절반이 겨우 넘는 의원들만이 대표 체면 세우기에 동참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 공천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지 신뢰받지 못하는 김 대표의 영향력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척도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총선이 채 1년도 남지 않았는데 여당의 당 대표가 이렇게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 |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대통령이 부재시 군이 계엄을 선포하고 장악한다는 문건을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보석을 신청했다.
불과 5년전에도 군대가 쿠데타에 가까운 일을 벌일 준비를 했다는 정황이 뚜렷한데, 바로 이럴 때를 대비해서 불체포 권리가 마련된 것인데 하필 이런 시기에 권리 내려놓기라니.
적어도 다수를 점하고 있는 제1야당에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하자고 제안하려면 최소한 같은 당내에서 90%는 넘는 동의를 받은 후에 진행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국민의 대표로 일해야 할 국회의원이 자신의 주장을 두드러지게 하고자, 아니 세 보이고자 이 같은 비효율적이고 난삽한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것에 심히 유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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