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전 수사단장, 법원앞 3시간 대치하다 강제구인 당해

이현일 기자

hyunillee1016@gmail.com | 2023-09-01 14:25:20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사진=연합뉴스)

 

군의 옹졸한 태도가 벌써부터 재판의 편향성을 의심케 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해병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일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군사법원 입구까지 갔다가 강제구인됐다.

 

이유인즉, 평소 재판 때와는 달리 군사법원이 법원 건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는 출입문을 열지 않았고 박 전 단장과 변호인단은 출입문 개방을 요구했다. 

 

일상적인 재판 때는 개방해두던 출입문을 폐쇄하고 국방부 위병소를 통해 출입조치를 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위병소를 거쳐서 들어오라"는 법원측의 요구는 불필요한 관심을 막고자 하는 행위로 해석된다. 

 

▲국사법정으로 향하는 박전단장과 동기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서울 용산 중앙지역군사법원의 이 같은 '오버'를 부당하다고 여긴 박 전 단장은 출입문 앞 대치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야당 국회의원 8명이 국방부 검찰단에 항의하기도 했다. 

 

민주당 소병철·박범계·박주민·박용진·김승원·이수진·최강욱·윤준병 의원은 군검찰에 박 전 단장과 변호인단의 주장을 수용해달라고 요구했으나, 군검찰은 이를 거절했다.

이어 정오 무렵 국방부 후문 일대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됐고, 군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민원실에 있던 박 전 단장을 강제구인했다.

박 전 단장은 군검찰 수사관들과 함께 차에 태워져 국방부 검찰단 옆 중앙지역군사법원으로 향했다.

박 전 단장은 구인영장이 집행되기 전 야당 의원과 취재진에게 "이 사안의 본질은 채 상병의 죽음이니 저에게만 포커스를 맞추지 말아달라"며 "채 상병의 죽음에 억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본래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던 영장실질심사는 출입문 대치 와중에 오전 10시30분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오후 1시30분으로 재판 시간이 다시 변경됐다.

야당 의원들은 박 전 단장이 구인된 후 군사법원 출입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군검찰을 성토했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소병철 의원은 "영장실질심사는 구인영장을 집행해서 검찰을 통해서 법원으로 들어가는데 군검찰이 구인영장을 집행하지 않았다"며 "그 절차의 부당성을 지적했더니 뒤늦게 구인영장을 가지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구인영장을 사후에 소급해서 만든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박주민 의원은 "검찰이나, 군, 경찰 등을 더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검 절차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동기들과 인사 나누는 박 전 단장 (사진=연합뉴스) 

 

한편, 오전 9시 30분께 박 전 단장과 함께 군사법원 출입문 앞으로 온 해병대 동기들은 해병대 군가인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박 전 단장을 응원했다.

군인권센터는 박 전 단장의 구속에 반대하는 탄원서 1만7천139장을 모아 변호인단을 통해 중앙지역군사법원에 제출했다.

박 전 단장의 영장실질심사 결과는 이날 늦게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달 30일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을 비롯한 관련자 8명에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민간 경찰에 이첩하겠다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이 장관은 박 전 단장의 수사 결과 보고서에 서명했지만, 다음날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박 전 단장은 지난 2일 수사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고, 국방부 검찰단은 경찰로부터 사건 자료를 회수하는 한편 박 전 단장을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입건했다.

이후 그의 혐의는 '항명'과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 대한 '상관명예훼손'으로 바뀌었다.

[ⓒ 시사타파NEWS.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