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6-04-12 09:00:51
“우리 당 상태가 똑같다.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르냐. 이 이야기를 장 대표가 꼭 새겨들었으면 좋겠다.”
이 발언은 지난 4월 9일 국민의힘 소속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공천 배제)에 대해 라디오 인터뷰에서 언급한 것이다. 본인의 공천 배제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를 끌어온 것이다.
국힘의 공천 배제 문제에 난데없이 세월호 참사가 등장한 것은 황당한 일이다. 더구나 참사의 본질을 왜곡하는 인식은 여전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주호영 부의장은 “이미 배가 기울어져 침수가 시작됐는데 ‘그냥 배에 남아 있으라’고 한 세월호 선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배가 기울게 된 구조적 원인은 외면한 채, 국가 권력의 구조 실패 역시 배제하고 오로지 선장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의 본질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식이다.
해양사고를 조사·심판하는 국가기관인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은 세월호 참사의 1차 원인을 무리한 증축과 과적에서 찾았다. 선체 구조의 결함과 이를 방치한 운항이 참사의 근본 원인이었다는 것이다.
세월호는 2012년 중고선으로 도입된 이후 승객 수를 늘리기 위해 증축됐고, 승인된 화물보다 과도한 적재로 복원력을 상실했다. 2014년 4월 16일 사고 당시 조타기 문제와 급격한 선체 기울어짐이 겹치면서 화물이 쏠렸고, 결국 선체는 복원력을 잃고 침몰했다.
특히 선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열어둔 수밀문과 수밀맨홀은 침수를 가속화했다. 만약 수밀이 유지됐다면 더 많은 구조 시간이 확보될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세월호 참사는 낡은 선박을 무리하게 운용한 기업과 이를 관리·감독하지 못한 시스템, 그리고 대응에 실패한 국가가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구조적 참사였다.
그럼에도 이를 ‘선장 한 명의 문제’로 축소하는 것은 책임을 왜곡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인식은 현재 국민의힘의 정치 행태와도 맞닿아 있다. 국힘은 스스로를 공당이라 말하며 국민과 민생, 민주주의를 이야기해왔지만 결과는 참담하다. 당의 구조와 운영 모두에서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12·3 계엄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주의 역사에서 중대한 위기로 기록될 이 사건은 결코 개인의 일탈로만 설명될 수 없다. 이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며, 정치적 책임 역시 집단적으로 따져야 할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외부로 돌리고 내부 문제를 외면하는 태도는 반복되고 있다. ‘윤어게인’을 외치는 정치적 흐름 역시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같은 유형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과 희생자 기억을 위한 ‘국립세월호 생명기억관’ 조성 계획이 발표됐다. 참사의 의미를 되새기고 생명·안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노력이다.
각 지자체와 시민사회 역시 12주기를 맞아 다양한 추모와 기억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는 추모 기간을 운영하고, 서울시교육청은 안전문화 확산 주간을 진행한다. 안산과 세종,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기억과 연대의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정치권, 특히 국힘이 얼마나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세월호 참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고, 진실 역시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4월은 단순한 추모의 시간이 아니라, 왜 이 참사가 발생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반복을 막을 것인지 묻는 시간이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정치가 계속된다면,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4월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질문으로 남아 있다.
그 질문은 책임을 외면해온 국민의힘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을 분명히 묻는 것, 그것이 우리가 이 참사를 끝내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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