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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tpnews@gmail.com | 2026-09-28 16:52:54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암살자(들)’이 추석 연휴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156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가운데 영화의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영화가 박정희 전 대통령 또는 당시 권력기관이 육 여사 피격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며 “표현의 자유로 정당화할 수 없는 역사 왜곡”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 대신 국민의힘을 향해 “공작 DNA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맞받았다.
‘암살자(들)’은 1974년 발생한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의 배후를 추적하는 내용을 담은 작품이다. 유해진이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박해일이 신문사 사회부장, 이민호가 신입 기자 역을 맡았다. 영화는 사건의 배후를 명확하게 지목하지는 않지만 극 중 일부 인물을 통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 측 또는 중앙정보부가 사건을 계획했을 가능성을 하나의 가설로 제시하면서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졌다.
허진호 감독은 개봉 전 인터뷰에서 “이제까지 감춰졌던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영화로 접근하지는 않았다”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당시를 살았던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취지로 작품의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강한 비판이 이어졌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28일 SNS에서 “육영수 여사 피격의 배후에 박정희 대통령이 있다는 참으로 황당한 스토리라고 한다”며 “‘표현의 자유’는 좌파의 전유물인가”라고 주장했다.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육 여사 피격 사건과 관련해 사과한 사실도 거론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해 2016년 개봉한 영화 ‘아수라’를 꺼내 들기도 했다. 그는 “나도 좋은 영화 한 편 소개한다”며 ‘아수라’의 배경인 안남시를 언급한 뒤 “‘영화적 상상력’이니 다른 말씀 마시길”이라고 적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도 영화가 “역사적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어 마치 육영수 여사 피격의 진짜 배후가 박정희 대통령인 것처럼 묘사한다”고 주장하며 “명백한 정치적 프로파간다”라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유족에게 상처를 주고 박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자근·강명구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제작사와 감독에게 영화에서 제기한 역사적 의혹의 근거와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 여사 및 유족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사과와 정정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사자명예훼손 등 관련 법률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관계기관이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언석 의원은 제작사와 배급사에 사과와 상영 중단을 요구했고, 주진우 의원은 사자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조은희 의원은 창작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왜곡하는 것은 구분돼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의 문제를 제기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도 논쟁에 가세했다. 한 의원은 5·18 민주화운동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내용이나 세월호 참사가 민주당의 소행이라는 내용의 영화가 나왔다면 강한 비판을 받았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면서도 영화 내용에 대한 공개적인 검증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기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권위주의와 과오는 엄정하게 평가받아야 하지만 입증되지 않은 살인 배후설까지 더할 이유는 없다며 “상영을 막자는 건 아니지만 작품의 주장과 태도는 공개적 검증 대상에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공세에 ‘공작 정치’를 거론하며 맞섰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영화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국민의힘의 공작 DNA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당시 대북 무인기 의혹과 최근 DMZ 지뢰 추정 폭발 사고 등을 거론하며 국민의힘이 음모론과 안보 불안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다만 박 수석대변인은 해당 영화를 처음 듣는다고 밝히며 영화 내용 자체가 역사 왜곡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평가를 내놓지 않았다.
정치권 공방이 거세지는 가운데 ‘암살자(들)’은 흥행 면에서는 빠른 속도로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는 추석 연휴인 24~27일 140만7천여 명을 동원하며 국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개봉 나흘 만인 26일 100만 관객을 넘어섰고, 27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156만6천여 명을 기록했다.
관객 평가에서도 흥미로운 온도차가 나타났다. 실제 관람객 평가를 기반으로 한 CGV 에그지수는 92%로 비교적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10점 만점에 2.4점에 그쳤다. 영화에 대한 작품 평가와 역사적 사건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논쟁이 겹치면서 온라인에서도 평가가 크게 엇갈리는 양상이다.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단순한 영화 평가를 넘어 실제 역사적 사건을 극화할 때 ‘영화적 상상력’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확인되지 않은 배후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화는 특정 배후를 명시적으로 결론 내리지 않았고, 감독 역시 사건의 숨겨진 진실이나 배후를 밝혀내는 것을 작품의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정치권에서 상영 중단과 형사책임까지 거론하면서 표현의 자유와 역사적 사실, 실존 인물의 명예 보호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과 흥행이 동시에 맞물리면서 ‘암살자(들)’을 둘러싼 논란은 극장 안팎에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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