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파뉴스
sstpnews@gmail.com | 2025-03-28 16:51:52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 따르면 정부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삭제해 달라고 미국에 요청한다는 대응책을 준비했다.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는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의 양국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으로 간주된다"는 기조로 미국을 설득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국은 당시에도 민감국가로 지정된 상태였고 우리 정부는 DOE 내부 규정 등을 확보해 대응논리를 세웠다. 당시 DOE 규정은 민감국가 지정국의 △민감기술 △민감시설 △보안시설 접근을 엄격히 제한했다.
민감기술은 핵무기 생산기술, 원자력 관련 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기술, 첨단기술 등으로 분류했다. 민감시설은 DOE 본부의 'Germantown facility'와 9개 산하 지역 연구시설, 보안시설은 '특별 핵물질 시설 또는 비밀물질 관련 시설'을 지칭했다
민감국가로 지정된 국가의 연구자들이 이 같은 기술이나 시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6주 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야 했고 미국 정보기관이 방문 예정자의 개인 신상 검사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핵무기 기술과 핵물질 시설에 쉽게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을 둔 것은 민감국가 지정의 가장 큰 이유가 핵무기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 2025년 비밀해제된 1993년 미국 에너지부 내부규정 문서 (제공=외교부)
정부는 1993년 12월 열린 '제1차 한미 과기공동위원회' 등 미국과의 대화에서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가입국이며 △비핵화 선언을 통해 핵에너지의 평화적인 사용에 관한 정책이 투명하다는 점을 부각해 설득하고자 했다. 1991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과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근거로 한국은 핵개발 의지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후 규정의 세부내용은 달라졌더라도 '핵 비확산'이라는 틀은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 명단에 다시 올리면서 핵무장이나 정책과 관련한 문제가 아닌 연구소 보안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거에도 민감기술에 핵무기 생산기술 및 원자력 관련기술이 포함된 것에 비춰 국내에서 부쩍 확산된 핵 무장론이 미국의 민감국가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것과 비슷한 상황인데, 최근 한미가 과학기술 협력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과는 달리 30년 전에는 과학기술 협력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은 "미국이 한 가지 이유만으로 민감국가 지정을 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근까지도 미국의 일관된 정책은 '핵 비확산'이고 이런 기조를 토대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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