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5-07-15 18:36:39
후보자의 ‘목표 제시’와 대통령실의 ‘신중론’
사건의 발단은 15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나왔다. 안규백 후보자는 전작권 전환 시점에 대한 질의에 "이재명 정부 임기 중에 전환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한 "우리 군의 피나는 노력으로 (전작권 전환 조건 이행에) 상당한 성과를 이뤘다고 알고 있다"며 전환 추진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대통령실의 입장은 한층 더 신중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안규백 후보자의 발언은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 정부도 공약으로 전작권 환수를 언급한 바 있고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5년 안에 전환한다’는 식의 시간이나 시한을 정하는 것은 대통령실 내에서 정한 바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며, 안 후보자의 발언이 공식 입장이 아님을 명확히 했다.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원론적인 목표 제시에 대통령실이 이처럼 신중하게 거리를 둔 것은, 복합적인 외교·안보 상황을 고려한 전략적 판단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동맹의 근간을 다루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시한을 못 박는 것은, 아직 양국 간 완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측에 섣부른 신호를 줄 수 있다. 대통령실은 향후 협상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막고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러시아와의 군사적 밀착, 미·중 갈등 심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하다는 현실론도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건'이 아닌 '시점'을 앞세워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는 모습은, 안보를 불안하게 볼 수 있는 국민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우선시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며 안보 불안 심리를 차단하려 한 것이다.
‘전작권’은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작전을 총괄 지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현재 이 권한은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인 미군 대장이 갖고 있으며, 한국은 평시작전통제권만 가지고 있다. 전작권 환수는 군사 주권을 온전히 회복하여 스스로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는 ‘책임국방’을 구현하기 위한 오랜 숙원 과제다.
다만, 과거 특정 시점을 못 박았다가 연기된 끝에, 현재는 ‘조건이 충족되면 전환한다’는 '조건 기반 전환' 원칙이 유지되고 있다.
그 조건이란 ① 한국군의 연합방위 주도 능력 ②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③ 안정적인 안보 환경 등이다. 안 후보자의 발언은 그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의 반응은 그 ‘현실성’을 고려한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해프닝은 전작권 전환 문제가 단순히 군사적 문제를 넘어, 복잡한 국내외 정치·외교적 방정식 속에서 다뤄져야 하는 고차원의 과제임을 명확히 보여줬다. ‘자주국방’이라는 이상과 ‘안보 현실’이라는 냉엄한 벽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가 어떤 해법을 찾아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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