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일 기자
hyunillee1016@gmail.com | 2023-07-28 12:23:45
국무조정실은 "수많은 기회 있었지만 기회 살린 기관 없었다"며 오송 참사를 인재(人災)로 규정하고 행복청·충북도·청주시 등 공무원 34명을 수사의뢰했다.
관계 공무원의 무더기 형사 처벌이 역대 최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윗선의 무책임에 대해서는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께 인근 미호강 제방이 터지면서 유입된 하천수로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국무조정실로부터 수사 의뢰된 공무원이 무려 34명으로 한 사고로 이처럼 많은 공무원이 형사 처벌 위기에 처한 건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국조정은 이번 사고 원인으로 선행 요인과 당일 조치 미흡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밝혔다.
먼저 궁평2지하차도 인근에 있는 미호강에서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공사'를 진행하면서 미호천교 아래에 있던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부실한 임시 제방을 쌓은 것, 그리고 이를 지자체 등이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것이 사고 선행 요인으로 지적됐다.
제방이 부실한 상황에서 폭우가 쏟아지자 미호강이 범람, 지하차도가 속절없이 물에 잠겼다는 설명이다.
청주에는 사고 이틀 전인 13일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 전날인 14일 낮 12시 10분에 호우경보가 발령됐다.
미호천교 지점은 사고 전날 오후 5시 20분에 이미 홍수주의보가 발령됐고, 사고 당일 새벽 4시 10분에는 이보다 한 단계 높은 홍수경보가 발령됐는데, 지자체나 소방 당국 어느 한 곳도 필요 조치를 하지 않았다.
미호강 수위도 점점 높아져 사고 2시간 전인 오전 6시 40분에는 물 높이가 미호천교의 계획 홍수위인 해발수위 29.02m에 도달했지만 지하차도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한폭탄'인 임시 제방이 겨우 버티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지한 주민들이 112·119에 여러 차례 신고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1시간여 전인 오전 7시 4분과 7시 58분에 112 신고가 들어왔고 7시 51분에는 119 신고가 접수됐지만 누구도 필요 조치를 전달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에도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호천교 공사의 감리단장 A씨는 공사 책임기관인 행복청에 7차례 전화와 모바일 메신저로 범람 위험을 신고했다. 사고 당일 112 신고 2건도 A씨가 했다.
충북도는 행복청으로부터 3차례, 청주시는 A씨와 경찰청 등으로부터 총 10차례나 신고를 받았는데도 조치하지 않았다.
결국 사고 40분 전인 오전 7시 50분, 미호천교 부근 임시 제방 쪽에서 물이 넘치기 시작했다.
한 번 넘친 빗물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면서 20분 만인 오전 8시 9분께 임시제방이 아예 무너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부터 약 18분 후인 오전 8시 27분께부터 궁평2지하차도에 강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13분 뒤인 오전 8시 40분에는 지하차도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국조실 관계자는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린 기관이 없었고, 결국 비극적인 피해가 발생했다"며 "모든 관련 기관에서 지위를 막론하고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으면 상응하는 조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공직사회의 안일하고 부실한 조처로 인한 인재임을 명확히 하면서 확실히 책임을 가리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같은 수사 의뢰는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난 후에야 최종 규모를 확정지을 수 있으며 실제 처벌 대상도 현장직에 국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연 이 같은 인재가 현장직의 판단만으로 나온 것인지, 고위 공무원의 방임이 더 큰 문제가 아닌지에 관한 책임론 역시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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