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이 11일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2026.9.11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 제청 절차를 둘러싸고 청와대와 대립하는 가운데 “법원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받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와의 사전 협의 관례를 깨고 합의되지 않은 후보자를 서면 제청한 당사자로서 절차적 논란부터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조 대법원장은 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법원의 날’ 기념식에서 “헌법상 독립된 국가기관인 법원은 다른 국가기관이나 정치권력, 사회 세력은 물론 소송 당사자로부터도 부당한 간섭이나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재판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온전히 보장하고 법치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며 “갈등이 첨예할수록 법원은 흔들림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헌법적 가치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조 대법원장 자신이 촉발한 대법관 후보 제청 절차 논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설명을 내놓지 않은 채 ‘정치권력의 간섭’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볼 대목이 있다.
조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와 사전 합의를 마친 뒤 대면으로 제청해 온 관례를 깨고, 합의되지 않은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서면 제청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이를 “절차적 완결성을 갖추지 못한 제청”으로 규정하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현재까지 재제청 요구를 수용할지, 기존 제청을 유지할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이 정치권력의 간섭을 강조한 것은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를 사법부 독립에 대한 압박으로 규정하려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청와대가 제기한 문제는 특정 재판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대법관 임명 과정의 절차와 협의에 관한 사안이다.
사법부 독립이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에 대한 모든 검증과 비판을 차단하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조 대법원장이 법과 원칙을 강조하려면 손 후보자 제청 과정에서 기존 관례를 깬 이유와 청와대와의 협의가 무산된 경위부터 투명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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