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수
kdstv2019@gmail.com | 2023-07-20 15:58:20
"재해현장의 지형도 모르는 상태에서 기본 안전장비도 없고 로프조차 없이 군인을 투입하는 것을 '명백한 인재'라고 하지 않으면 뭐라 설명할 겁니까"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고 채수근 상병 사고와 관련해 해병대를 향한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해병대 1사단 소속 고 채 상병은 전날 예천 내성천 일대에 실종자 수색에 투입됐다가 실종돼 14시간 만에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해병대 측은 급류 수색에 나선 대원들을 구명조끼나 로프도 없이 현장에 투입했다.
지난 17일 현장에 비가 내리자 수색하던 해병대원들을 철수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음에도 해병대 측은 수색을 강행했다.
사고가 난 예천 내성천 주변은 모랫바닥이어서 바닥이 단단한 일반 하천과 다르다는 것을 모른 상태로 들어갔기에 전형적인 재난구조 전문가가 아닌 '주먹구구'식 군 인력 동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군 인권센터는 "무리한 임무 투입으로 발생한 명백한 인재"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 커뮤니티에는 '안전 매뉴얼' 없이 무턱대고 투입한 것에 대한 지적과 함께 지휘관이 해병대 표식이 잘 드러내도록 구명조끼를 입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구명조끼는 애초부터 현장에 지급되지 않았고 원래는 복구 현장 정리의 업무로 국한되어 투입됐다는 증언이 나왔다.
소방관이나 경찰관의 경우 경험이 있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지휘체계에 따라야 하는 군 장병의 경우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이는 데 한계가 있다.
포털의 댓글에는 재해 현장에 관행적인 군인 투입이 적절한지 스스로의 안전을 챙겨가며 작업해야 할 군 장병에게 '정신력'으로 버티라는 구 세대적인 명령만이 내려졌던 것은 아닌지 확인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곧 군대 갈 내 자식이 걱정"이라는 댓글에 "군이 과정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는 대댓글이 달리는 상황은 국민적 공분으로 이어질 여지를 남긴다.
20일 최용선 해병대 공보과장은 "당시 구명조끼는 하천변 수색 참가자들에게 지급이 안 됐다"며 "현장에서 어떤 판단을 했는지 조사를 진행 중이고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군은 순직자가 발생했지만 이날도 장병 1만여명을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피해 복구 등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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