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타파뉴스
sstpnews@gmail.com | 2026-10-02 12:00:52
78년간 이어진 검찰청 체제가 막을 내리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이 2일 공식 출범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민주진영과 검찰개혁을 요구해온 시민사회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핵심 과제였다. 그러나 정작 역사적 전환의 날, 여권과 핵심 지지층에서는 축하보다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 인선과 검찰개혁의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퍼니포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단순한 인사 갈등이 아닌 이재명 대통령과 핵심 지지층의 관계 변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했다.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대통령과 지지층이 과거의 ‘사랑의 관계’에서 이제는 ‘우정의 관계’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팬덤을 기반으로 정치인이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지지자와 정치인이 강하게 동일시되는 관계가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지지층은 정치인이 자신의 요구와 열망을 실현할 것이라고 믿고, 정치인에 대한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내부의 이견도 빠르게 수렴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무조건적인 신뢰만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고, 공약과 정책을 통해 성과를 입증하고 서로의 판단을 인정하는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를 ‘계곡’에 비유했다.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깊을 때는 지지층 내부에서 갈등이 발생해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의견이 다시 모이지만, 신뢰의 깊이가 얕아지면 의견의 진폭이 커지고 수렴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갈등이 더 진행되면 대통령은 자신이 여전히 가운데에서 조정하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부 핵심 지지층은 대통령이 이미 다른 쪽으로 이동했다고 인식하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박 교수는 이 과정에서 실제 대통령이 어느 위치에 있느냐 못지않게 지지층이 대통령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어준씨 역시 이를 “대중 인식과 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정리했다. 최근 검찰개혁과 정부조직 개편, 김지용 후보자 인선 등을 거치면서 대통령의 판단과 일부 핵심 지지층이 받아들이는 대통령의 위치 사이에 간극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책임은 권력을 가진 쪽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박 교수의 핵심 주장이다.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나는 국익을 위해 순수하게 판단한다”는 확신에 빠질 경우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은 개인적 이해관계나 다른 의도를 갖고 있다고 여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통령의 SNS 소통을 거론하면서도 SNS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비판을 대하는 언어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봤다.
박 교수는 “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국익을 위해 판단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왜곡해 공격한다”는 식의 구도가 굳어질 경우 지지층과의 관계 회복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통령과 지지층의 관계는 애초부터 권력의 크기가 다른 비대칭적 관계인 만큼 대통령이 먼저 “내 판단 역시 하나의 입장이고 다른 입장에서 다르게 볼 수 있다”는 태도를 보여야 상호 인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의 진단대로라면 과거와 같은 무조건적 ‘사랑’으로 돌아가는 것이 해법은 아니다. 대통령은 비판을 적대나 왜곡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판단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지지층 역시 대통령의 모든 결정을 동일시하지 않는 ‘우정의 관계’로 넘어가는 것이 관계 회복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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