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6-01-28 15:40:38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가 28일 김건희에게 통일교 금품 수수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및 명태균 여론조사 무상 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판결은 사법적 판단의 기준과 일관성에 심각한 의문을 남겼다.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해 “피고인이 시세조종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용인했을 여지가 없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는 주가조작 범행의 핵심 요건 중 하나인 인식 가능성을 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공동정범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형사법상 미필적 고의는 범죄 성립의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특히 주가조작 사건에서 시세조종 행위의 반복성, 계좌 제공, 거래 양상, 이익 귀속 구조 등을 종합해 인식과 용인이 인정된 전례는 적지 않다. 재판부 스스로 ‘미필적 인식 가능성’을 인정하고도 책임을 부정한 이번 판단은, 결과적으로 ‘알고도 책임지지 않는’ 새로운 무죄 기준을 제시한 셈이 됐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으로부터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를 무상 제공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지시나 의뢰를 받았다는 증거가 없다”, “재산상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여론조사가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 또는 후보 배우자에게 제공됐고, 그 결과가 정치적 판단과 의사결정에 활용됐다는 정황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계약 관계가 성립됐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점을 무죄 판단의 핵심 근거로 들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반드시 명시적 계약이나 금전 거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 영향력 행사와 그에 따른 편익 제공이 확인될 경우, 무상 제공 역시 정치자금에 해당한다는 것이 기존 판례의 흐름이다.
결국 이번 판결은 **‘대가성의 협소한 해석’과 ‘형식적 계약 관계 중심의 판단’**을 통해 실질적 정치적 이익의 문제를 법정 밖으로 밀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인 정치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만 재판부는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가방과 목걸이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며 “피고인이 자신의 지위를 영리 추구의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그러나 그 결과로 선고된 형량은 징역 1년8개월로, 특검이 구형한 징역 15년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윤석열이 이미 실형을 선고받은 상황에서 내려진 이번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권력자에게도 법이 적용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내용적으로는 핵심 의혹을 모두 비켜간 ‘부분 책임’ 판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권력이 사라진 이후에도 사법 판단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다시 한번 법리적·사회적 검증대에 오를 전망이다. 동시에, 사법부가 권력형 범죄와 구조적 불공정에 대해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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