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원 기자
ljw777666@gmail.com | 2024-11-23 15:32:32
정부는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열리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불참 결정을 내렸다고 23일 밝혔다.
당초 정부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위치한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리는 추도식에 정부 대표로 박철희 주일대사 등을 참석시킬 예정이었다.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 11명도 추도식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일본 측은 정부 대표로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전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을 참석시키로 해 논란이 일었다. 놀랍게도 우리 외교부는 일본 대표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을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무능한 외교 역량이 또 도마 위에 오른 이유다.
한국 정부는 그간 차관급인 정무관의 추도식 참석을 요청해 왔는데, 직급으로는 이에 부합하는 인사다. 문제는 이쿠이나 정무관이 2022년 8월 15일 일본 패전일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점이다.
전날 외교부는 '우리가 요구한 고위급 인사 참석'만 강조하며 "우리 측 요구를 수용하여 이쿠이나 정무관이 일본 정부 대표로 추도사를 하게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참석이 알려지자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 강제노역으로 고통받은 조선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에 일본 정부 대표로 오는 건 현장에 참석할 한국인 유족들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일"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더욱이 그는 징용과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했던 인물이다.
자칫 추도식 참석을 위해 멀리까지 발걸음을 한 한국 유가족 마음의 상처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에 참석하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일본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라"고 촉구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쿠이나 정무관은 강제징용과 위안부 피해자 문자에 대해서도 '한국 정부가 더 양보해야 한다'고 답한 인물이기도 하다"며 "그를 추도식에 참석하게 한 결정은 행사의 의미를 변질시키려는 일본의 도발과 조롱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게 윤석열 대통령이 말한 '한일 공조'냐"며 "과거사에 대한 반성도 없이 일본의 성과를 자축하는 추도식에 우리 정부 관계자와 강제징용 피해자 유가족을 들러리로 내세우는 '윤석열 정권식 외교적 성과'는 국민 모두가 단호히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추도식은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사도광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일본이 한국의 동의를 전제로 "일본인과 조선인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하겠다"고 약속한 조치이지만, 조선인 노동자를 기린다는 취지에 맞게 진행될 수 있을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간 추도식과 관련한 한일 간 외교 협의 과정에서 일측이 '성의와 진정성' 있는 조치로 보일 수 있는 '호응'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부터가 불확실하고, 한국측 유족 11명의 추도식 참석비용도 우리가 부담하는 것으로 정리됐으며 '사도광산 추모식'이라는 공식 명칭에서도 피해 노동자에 대한 애도의 흔적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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