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박사
codesss@naver.com | 2026-04-19 09:00:59
김창민 영화감독의 소식은 처음에는 슬픈 미담으로 전해졌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그는 심장과 간, 신장을 네 사람에게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밝혀진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을 불러일으켰고, 시간이 갈수록 공분은 더욱 커졌다. 김 감독은 20대 남성 여섯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이로 인해 뇌출혈이 발생해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사건 초기 언론 보도가 지나치게 단편적이었다는 점이다. 자폐 성향의 아들을 데리고 24시간 식당에 갔다가 소음 문제로 시비가 붙어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식의 설명이 대부분이었지만, 정작 그 ‘소음’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본질적인 설명은 빠져 있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소음 문제가 아니라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편견이 낳은 참극이었다. 자폐 성향의 아이는 청각 과부하에 취약해 주변 소음을 걸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시키는 특성이 있으며, 이로 인해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다. 사람이 많은 식당에서 이러한 상황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고, 그렇기에 많은 부모들이 한적한 시간과 공간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김 감독이 새벽 시간대 식당을 찾은 이유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당시 상황에서는 이러한 설명과 맥락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갈등은 폭력으로 번졌다. 김 감독이 아이의 상태를 설명했을 가능성이 있음에도 상대방이 이를 수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며, 최소한의 이해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움을 남긴다.
사법기관의 대응 역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경찰은 가해자 여섯 명 가운데 단 한 명만 입건했고, 그마저도 귀가 조치했다. 이후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피해자는 백초크(목 조르기)를 당해 기절했으며, 쓰러진 뒤에도 얼굴과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당했다. 특히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가 집단 폭행을 가한 점과, 이른바 ‘사커킥’까지 가해진 정황은 단순 폭행을 넘어 생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는 행위였다.
그럼에도 초기 영장 청구서에는 얼굴을 몇 차례 가격했다는 수준의 내용만 기재되어 있었고, 이는 사건의 실체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이후 보완 수사에서야 주먹과 발을 이용한 반복적 폭행 사실이 드러났지만, 이미 판단은 늦어진 뒤였다.
더 큰 문제는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는 점이다. 거주지가 일정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공범 간 진술 조작 가능성과 주범의 전과 및 집행유예 상태 등을 고려하면 이러한 판단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제기된다. 결국 이는 형식적이고 기계적인 심리에 머문 사법 판단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러한 판단에 대해 법원이 구조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사건의 맥락과 피해자의 상황을 보다 입체적으로 고려했다면 다른 결론이 나왔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사건은 단순한 폭력 사건을 넘어 장애 인식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폐 성향의 아이와 함께 일상 공간을 이용하는 것 자체가 갈등의 원인이 되는 현실, 그리고 그 갈등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는 구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다.
더욱이 언론과 사회가 남겨진 아이와 가족의 상황에 충분히 주목하지 않았다는 점 역시 아쉬운 대목이다. 관련 단체들이 지적하듯, 이번 사건은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얼마나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이며, 실제로 자폐 성향 아동의 부모들이 심각한 정신적 부담과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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